‘아빠’ 초심 찾아 떠났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초심을 찾는 여행 이후 MBC <일밤-아빠 어디가2>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듯하다. 이번 여행 전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변화가 필요한듯하여 가족별로 배낭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가족별로 유닛을 나눠 여행을 따로 갔고, 반응 좋았던 꼬마 게스트들을 다시 초대해 운동회도 치렀지만 영 신통치 않았다. 그러면서 설상가상 이 프로그램의 특장점이었던 가족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함께 커가는 모습이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모여서 다음주에는 어떤 재미난 이야기를 벌일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사라졌다.

이 모든 원인의 근원은 아이들이 부쩍 성장하거나 처음부터 어느 정도 커 있어서 귀여운 재롱과 의외의 대견함을 엿볼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육아예능을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든 후, 민율, 반짝 활력을 불어넣은 세윤이는 이제 방송에 익숙해졌고, 새로 들어온 나머지 아이들의 활약은 신촌처럼 뭔가 부족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사랑스러운 세쌍둥이네와 달리, 후는 물론이고 민율이와 성빈이 같은 개구쟁이들도 모두 커버렸다. 다음 주 벌어질 이야기가 궁금한 <슈퍼맨이 돌아왔다>(정확히 말하면 송일국네 삼부자)와 <아빠 어디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의 성장을 포착하던 <아빠 어디가>에서 어느새 성장은 당연한 기본이 되었다. 아이들의 사회화가 본격 진행되면서 친구들끼리 왁자지껄 노는데 익숙해졌다. 어른들 틈에서 귀염을 뽐내던 시기가 지난 것이다. 게다가 함께 여행가는 포맷 대신 새로운 시도를 했던 지난 몇 달 동안 시청자들의 관성도 약해졌다. 귀여움으로 승부를 볼 수 없는데,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주요 재미요소였던 아빠들이 만드는 예능까지 흔들리면서 불화설마저 떠도는 실정이다.

이런 소문이 나돌 정도로 오랜 외유와 모색 끝에 지난 주 다시 시골마을로 함께 여행을 떠났다. 집도 고르고, 먹을 것도 마을 곳곳에서 찾아내 직접 해먹는, 가장 기본 방식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혼자 길에 내놓기도 안절부절 했던 아기들은 이제 마을 어귀까지 그냥 놀이터처럼 뛰어노는 아이들이 됐고, 먹을 것을 어떻게 해내기나 할지 의심반기대반 바라봤던 아빠들의 요리솜씨는 안정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니 예전처럼 새로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번뜩이는 놀라운 모습을 포착해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나이 때에 올라섰기에 의외성에서 귀여움을 찾아야 하는 방송은 점점 더 위축되고 있다. 귀여움이 익숙해질 때 육아예능은 끝을 바라보게 된다.

지금 잘나가고 있는 <슈퍼맨>의 경우는 추사랑에서부터 송일국네 부자로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서 전성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만약 송일국네 수준의 선수를 찾지 못했다면 단순한 육아 이상을 목표로 하는 <아빠 어디가>보다 고전했을 수도 있다. 송일국이 애처가가 되어 세쌍둥이를 기르는 모습이 호감가고 신기하기도하고 특히 민국이 같은 애교쟁이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장난감 자동차를 타면서 앞에 있는 카메라 감독에게 좀 비켜달라고 존댓말을 하고 “모두 미안~” 이란 깜찍한 인사를 남기는 예상 밖의 놀라운 모습 같은 것 말이다.

<아빠 어디가>에서는 이제 이런 귀여움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송일국처럼 색다른 육아의 모습이나 자녀와의 관계를 맺은 가정도 없다. 그래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아빠 어디가2>의 현 상황은 비단 이 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육아예능이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고민이 두드러진 거다. 아이들은 자라게 되고, 귀엽다고 소리치던 시청자 언니오빠들은 또 다른 새로운 아이가 나타나면 매정하게도 쉽게 건너가 버린다. 그렇게 되면 좋은 의도, 구성, 신선함과 같은 덕목은 기타 등등이 되고 만다. 배구에서 아무리 좋은 세터와 미들 블로커, 라이트 공격수가 전위에 있어도 서브리시브가 흔들리면 모든 게 무용지물인 것처럼 귀여움으로 어필하지 못하면 육아예능은 다른 무엇을 아무리 바꿔봤자 답이 안 나오게 된다. 지금 <아빠 어디가2>는 바로 그 한계에 직면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