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장위안은 왜 눈물을 흘렸을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정치인들이 저랬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얼마나 더 좋아졌을까. <비정상회담>의 회의 테이블을 보다보면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정상’이 아니라 ‘비정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만큼 그만큼 어깨를 누르는 중압감이나 책임감은 덜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각국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회담’이 아닌가.

‘국경’이니 ‘영토분쟁’이니 하는 이야기는 국가 간에 대단히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우리만 해도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과거사에 대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일본과 대단히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고, 동북공정을 들고 나온 중국과도 그리 편안할 수만은 없는 관계다. 이것은 아마도 과거 국가적인 불행을 겪었던 유럽의 독일과 프랑스 같은 나라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일 게다.

하지만 독일의 다니엘은 선선히 “1차 세계대전은 독일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중국의 장위안은 “자연스럽게 독일이 잘못한 것”이라고 인정한 것에 대해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국경선도 없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사실 이 프로그램 하기 전에는 마음이 닫혀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점점 열리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는 눈물을 흘렸다.

장위안은 왜 눈물을 흘렸을까. 그것은 대결로 바라봤던 타국에 대한 시선이 스스로 잘못한 건 잘못했다 인정하는 그 모습을 통해 허물어져 내린 결과일 것이다. 그렇게 잘못을 인정하고 좀 더 좋은 관계로 나가려는 각국의 노력만이 서로의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장위안은 그 눈물로 전해줬다. 그는 “아시아도 유럽연합처럼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정상회담>의 테이블이 늘 화기애애한 것만은 아니다. 국경을 두고 그게 누구네 땅이냐에 대한 갑론을박은 이 테이블에서도 이어진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누구도 판을 깨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건 아마도 방송 프로그램이기 때문이겠지만, 국가 간의 정치적 사안들 역시 방송을 통해 세계로 타전된다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은 최소한 그들이 지구촌의 일원이며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저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할 뿐.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는 더 심각한 주제다. 지금 현재도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슬람과 서방국과의 대결이 그러하고,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엄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12살 흑인 아이를 백인경찰이 총으로 쏴 죽게 만든 불행한 사건은 이 인종차별의 문제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걸 말해준다.

그러니 에네스 카야가 캐나다 대표 기욤 앞에서 캐나다에서 있었던 이슬람에 대한 차별에 대해 언급하고 또 그들을 도우려던 캐나다인들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장면은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또 독일 대표 다니엘이 최근 독일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 훌리건 문제를 거론하며 “대단히 걱정스럽다”라고 말하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 각국의 대표들은 모두 각국의 문제들을 인정하고 비판하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타일러는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별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 늘 싸워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비정상회담>의 테이블은 뜨거우면서도 호혜적이었다. 심지어는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민감한 영토나 국경, 인종의 문제에서마저 자국의 이익만을 주장하기보다는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장위안이 말한 ‘닫혔던 마음’이 열리는 순간은 바로 그런 자세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정치인들의 공식적인 테이블이 <비정상회담>의 반만 닮아도 세상은 훨씬 더 좋아지지 않을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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