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성역화 하는 이상한 논란 만들기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2035년인데 <무한도전>이 아직도 하네. 와 다 사고치고 유재석 혼자 하네.” tvN <코미디 빅리그> ‘사망토론’에서 이상준은 이런 멘트를 날렸다. 그 날의 주제는 ‘20년 후로 가는 알약을 먹으면 100억을 준다고 했을 때 당신은 이 약을 먹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 멘트는 이상준이 20년 후로 갔다는 가정 하에 슬쩍 던진 길에 이어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무한도전>을 하차한 것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이 멘트가 나오기 전에 이상준은 상대 토론자인 김기욱에게도 ‘음주운전’에 대한 비판 멘트를 날린 바 있다. 김기욱 역시 2012년 ‘음주운전’으로 면허 정지를 당한 경험이 있다. 그러니 ‘사망토론’에서 이상준이 날린 이 셀프디스를 포함한 멘트는 <무한도전>만을 지칭한 것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연예인들의 사건사고를 통칭해 경각심을 알리는 뉘앙스가 들어 있다.

그런데 이 멘트가 과했다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제아무리 콩트라고 해도 음주운전으로 노홍철이 하차하고 자숙하고 있는 마당에 후배 입장에서의 이런 비판 섞인 멘트는 선배에 대한 ‘하극상’이라는 것. 급기야 이상준 소속사측에서 일부 언론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을 선배들을 예비범죄자로 만드는 하극상의 관점으로 봐야 하는가는 미지수다. 그것은 ‘사망토론’이라는 콩트의 틀 안에서 성역 없이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준 건 아닐까.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무한도전>조차 스스로 아무런 성역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녹화 전날 음주’를 아이템으로 몰래카메라를 보여준 <무한도전>이 아닌가. 그것은 이번 노홍철 사건을 덮고 가기보다는 오히려 드러내 공론화하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스스로 비판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무한도전>의 팬덤은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공고하지만 그렇다고 그 팬덤이 무조건적인 지지만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중들이 원하는 건 좀 더 오래도록 <무한도전>을 보고 싶은 것이고 그러려면 때론 비판과 질책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팬덤이 가진 독특한 점이다. 지금 초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팬덤 안에서 더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건 그래서다.

그러니 <코미디 빅리그>에서 <무한도전>의 20년 후를 상정해 비판적인 멘트를 던진 건, 어떤 면에서는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그 이야기 속에는 이 프로그램이 20년 후에도 여전히 존재할 거라는 기대감이 들어 있으며, 동시에 그러려면 사건사고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경각심도 들어있기 때문이다.

성역은 마치 고인 물처럼 그 안에 있는 것을 썩게 만들 뿐이다. 그러니 <무한도전>이 하나의 성역화되는 것을 진정한 팬들은 바라지 않는다. 무엇보다 <무한도전>이 이렇게 팬덤을 형성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 열린 프로그램의 자세 때문이 아니었던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잘못한 것은 지적해주는 것이 프로그램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 될 것이다.

성역화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런 비판을 던진다. 프로그램 하나도 비판하지 못하는 세상에 정치나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은 어떻게 하겠냐고. 성역화는 부패를 만들 수밖에 없다. 정작 <코미디 빅리그>의 ‘사망토론’에서는 이번 토론 주제 속에서도 거침없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 들어 있어 주목을 끈다. 알약을 먹으면 100억을 벌 수 있다는 얘기에 덧붙여 이런 멘트까지 날렸다. “100억 있으면 비행기도 후진할 수 있어. 땅콩 내가 안 까먹어도 돼.”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tvN,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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