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치’, 권력게임과 멜로 두 토끼 잡을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역시 돌아온 박경수 작가가 펼치는 권력게임의 이야기, 드라마 <펀치>는 달랐다. 숨 돌릴 틈 없는 반전에 반전. 권력을 위해서라면 법 따위는 필요 없는 박정환(김래원)이 이태준(조재현)을 검찰총장으로 만드는 과정은 법무부 장관의 내정자를 밀어내고, 인사청문회를 정면 돌파 하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보통의 드라마였다면 몇 회 분에 해당될 것이지만, <펀치>는 이를 단 한 회만에 모두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비리 검사 박정환과 정 반대 위치에 서 있는 전처 신하경(김아중) 검사와의 갈등이 그려졌다. 둘 사이를 이어주는 딸 예린(김지영) 앞에서 그들은 화목한 부부인 척 하지만 사실은 권력을 택한 박정환과 정의를 택한 신하경 사이의 거리는 멀었다. 박정환은 심지어 이태준의 인사청문회에 나선 신하경의 입을 막기 위해 딸 예린의 양육권을 두고 거래를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펀치>가 기대되는 건 이 첫 회가 이미 보여준 것처럼 박경수 작가의 주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게임의 묘미 때문이다. 박경수 작가는 권력을 두고 벌이는 암투의 흥미진진함을 이미 전작들인 <추적자>나 <황금의 제국>을 통해 생생히 보여준 바 있다. <펀치> 역시 박정환 검사가 검찰총장으로 세운 이태준과 자신의 시한부 인생을 알고 그와 대결을 벌일 박정환의 대결이 전개될 예정이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자와 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자의 대결은 그 무엇보다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건 이번 <펀치>에는 그간 박경수 작가의 드라마에서 잘 보이지 않던 멜로 구도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박정환과 그의 옆에 남기로 한 전처 신하경 사이의 절절해질 수밖에 없는 멜로다. 죽음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박정환과 그가 죽음을 불사하고 이태준으로부터 지켜내려는 신하경에 대한 사랑은 그만큼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펀치>에서 특히 기대되는 건 여기 출연한 김래원과 조재현, 김아중의 연기대결이다. 김래원과 조재현이 연기하는 박정환과 이태준은 마치 형제 같은 끈끈한 정으로 이어진 인물이지만 동시에 권력 때문에 대결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다. 조재현의 구수한 사투리와 어리숙한 척 자신을 숨기는 모습 뒤에 나타나는 카리스마는 벌써부터 이 드라마에 힘을 부여하고 있다.

<천일의 약속> 이후 3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김래원은 자신이 잘 하는 연기로 돌아온 듯 하다. 그는 감정을 억누르고 또 폭발시키는 연기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탁월한 면모를 보이는 연기자다. 그의 상대역으로 역시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김아중 또한 지금껏 봤던 이미지와는 다른 강인한 면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펀치>는 장르물이 갖는 긴박감에 정통멜로가 갖는 절절함까지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드라마다.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껏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박경수 작가의 필력이라면 가능한 일이 아닐까. 긴장감과 먹먹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드라마는 과연 탄생할 수 있을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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