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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오페라와 연극 사이를 유쾌하게 여행하다
기사입력 :[ 2014-12-16 15:42 ]


현명한 삶의 철학을 제시하는 오페라 ‘박쥐’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지난 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내린 국립오페라단의 <박쥐>는 2012년 초연의 영광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초연부터 함께 해온 소프라노 박은주와 테너 김기찬, 카운터 테너 이동규는 놀라운 무대 흡인력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엄청난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젠 이들 삼인방이 <박쥐>에서 빠진다면 ‘앙꼬 없는 찐빵, 고무줄 없는 팬티’로 여겨 질 정도이다. 매년 연말이면 오페라 <박쥐>가 기다려지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속물스러운 아내 로잘린데 역 소프라노 박은주는 아름다운 보이스는 물론 디테일한 액션을 훌륭하게 소화해내 오페라를 보고 듣는 재미를 확실히 알게 했다. 새롭게 합류한 아이젠슈타인 역 바리톤 박정섭의 열연도 한몫했다.

영국 글라인드본 페스티벌의 단골 레퍼토리 <박쥐>의 흥행메이커로 유명한 연출가 스티븐 로리스는 모든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돋보이도록 신경 썼다. 연출가는 알프레드가 작품 안에서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보다 힘을 실었다.

로잘린데는 물론 관객 모두가 사랑하는 테너 김기찬 알프레드는 세레나데 '날개짓하는 작은 비둘기여'로 오페라의 문을 연다. 그리고 1막 내내 어둠 속 상단 무대에 앉아 로잘린데 집 뿐 아니라 관객들을 바라본다.

새롭게 탄생한 알프레드는 한국의 서민 음식인 소주와 삼겹살을 즐기고, 외모는 파바로티를 닮은 또 다른 현자의 모습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꿈은 우리를 조롱하고...거품처럼 사라지는 게 영원한 진실...변할 수 없는 것을 잊는 사람은 행복해요”라고 노래하는 알프레드에게서는 세상의 모든 걱정과 근심을 통달한 이의 면모가 느껴진다. 테너 김기찬의 영롱한 목소리와 코믹 연기가 합쳐져 관객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한해의 시름을 잊고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대표작 오페레타 <박쥐>는 왈츠, 폴카, 차르다시 등 다양한 춤곡의 리듬이 주도한다. 스티븐 로리스가 연출한 ‘코리언 <박쥐>’프로덕션에서는 2막 카바레 장면에서 주역들은 물론 종업원역 가수들, 그리고 젊고 도발적인 무용수들로 구성된 카바레 <박쥐>의 전속 무용단 “작은 쥐(petite Rats)”가 무대에 등장 해 일제히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 춤을 춰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지휘자 정치용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연출자 스티븐 로리스를 주축으로 무대 ·의상 디자이너 기디언 데이비와 조명 디자이너 사이먼 밀스, 그리고 안무가 니콜라 보위가 참여한 국립오페라단의 2014년 마지막 공연 <박쥐>에서는 오를로프스키 왕자가 주최하는 파티가 열리는 무대 위에는 샴페인 잔을 형상화한 테이블들이 어지럽게 돌아가고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샴페인 병에서는 끊임없이 샴페인이 쏟아진다. 그 안에서는 화려한 음악이 흐르고 위트 있는 대사들이 통통 튄다. 한국어의 언어유희까지 더해져 우리네 어머니인 ‘안성댁’도 웃고 갈 정도이다.

<박쥐>의 매력은 때로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 ‘마스크’를 쓰고 사는 현대인들이 술을 마시며 속내를 털어놓는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점. 작품 속에서는 시원한 샴페인 한 잔에 울고 웃으며 꾸밈없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오스트리아 귀족들을 만나게 된다.

2막을 책임지는 이는 ‘제멋대로 박쥐 공화국의 왕’인 오를로프스키 공작이다. ‘그 누구보다 제대로 웃고 싶은 이 인물’ 역시 연출자의 시각에 따라 무한히 변주될 수 있다. 이번에 탄생한 오를로프스키 공작은 매번 지도자에 갈증을 느끼는 이들의 목을 촉촉이 적셔준다. 대외적으로는 고상한척 하지만 어둠 속에서는 또 다른 얼굴로 변장하는 귀족들, 서민들 모두를 파티로 초대 해 웃음의 세계로 안내했으니 말이다.



오를로프스키 역의 카운터테너 이동규는 고음을 자유자재로 내는 팔세토 창법으로 관객의 신경을 ‘삐쭉’ 잡아당기며, 온전히 새로운 지도자인 ‘그’에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인 카운터테너로는 최초로 이동규가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에서 세계 초연 현대오페라 ‘CO2‘로 데뷔 무대를 가질 예정인 것.

3막에 등장해 노래를 하지는 않지만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코믹한 대사를 던지는 ‘프로쉬’ 역을 맡은 성지루는 소통하지 못하는 현 세태를 풍자함과 동시에 극중 아이젠슈타인과 로잘린데 부부를 풍자하는 19금 유머로 관객들의 배꼽을 쏙 빼놓았다.

성지루는 지난 해 출연한 ‘프로쉬’ 역 김병만의 슬랩스틱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정치인들을 풍자하는 한마디 한마디, 파격적인 60세부터 군대가기 신 프로젝트, 주먹구구식의 보육료 지원보다 더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로또번호 알려주기 방침 등 뼈 있는 농담들이 펼쳐졌다.

바리톤 최강지, 김영주, 소프라노 전지영, 베이스 김남수, 소프라노 양제경· 이세희, 이지혜, 테너 민현기 등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과 매끄러운 앙상블이 한바탕 웃음의 축제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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