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돌직구보다 박진영 과찬이 비난받는 까닭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SBS ‘K팝스타4’ 박진영의 심사가 대중들의 심판대에 올랐다. 솔직한 표현일 뿐이라는 반응과 보기 불편할 정도의 과찬이라는 양극단의 반응으로 나눠지지만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많다. 박진영은 이런 상황을 스스로도 알고 있는 눈치다. ‘K팝스타4>’의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K팝스타의 안티를 맡고 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K팝스타’에서 박진영이란 존재가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의 재미요소인 것만은 분명하다. ‘공기 반 소리 반’ 같은 이야기나 ‘어깨론’, ‘말하듯이 불러야 한다’는 등의 심사평은 ‘K팝스타’만의 흥미를 만든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 흥미가 모두 호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걸 박진영 스스로도 알고 있다. 일종의 ‘잘난 척’ 같은 뉘앙스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나마 시즌3까지는 그래도 박진영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이 거의 균형을 이루었다. 하지만 시즌4로 들어오면서 그의 과한 표현들, 이를 테면 “음악을 관둬야겠다”는 얘기나, 첫 소절만 듣고도 “끝났잖아”하고 섣부른 평가를 내리는 모습은 대중들에게는 점점 더 불편하게 다가왔다. 워낙에 출중한 참가자들이 나왔기 때문인지 표현 강도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딱히 그것 때문에 대중들이 더 불편해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향이 달라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에도 조금씩 그런 낌새를 보여 왔지만 올해 들어서는 확실히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창력 위주의 실력을 평가하기보다는 그만의 매력이나 스타일, 취향을 드러내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슈퍼스타K6’의 곽진언과 김필이 파이널 무대에 오르고, 저음의 읊조리는 스타일의 곽진언이 우승을 했다는 것은 지금 오디션에서 취향이 얼마나 중요해졌는가를 잘 말해준다.

흥미로운 건 올해 ‘슈퍼스타K6’의 심사에서 이승철이 과거처럼 돌직구를 날리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아무래도 지금 오디션이 가창력이나 발성 같은 기술을 겨루는 시대에서 점점 벗어나 취향과 스타일의 시대로 넘어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기술은 정해진 기준이 있기 때문에 지적이 가능하지만 취향이나 스타일은 기준이나 우위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지적이 불가능해진다. 곽진언을 갖고 고음불가라고 돌직구를 날리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K팝스타4’ 박진영의 과한 심사가 불편함을 주는 건 바로 이 각자 취향을 즐기는 시대에 마치 취향을 줄 세우기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구상의 유일한 음악’인 것 같은 극찬은 사실 취향의 시대에는 의미 없는 일이다. 취향의 시대에는 모든 음악이 지구상에서 유일할 수밖에 없다. 그저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만 전제된다면 우리는 저마다의 음악을 노래할 수 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와 적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가 다를 뿐이다.

그것은 물론 박진영의 취향일 수 있다. 그러니 그런 이야기를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취향이 ‘K팝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석에서 과도하게 강조되는 것은 문제가 다르다. 그것은 박진영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 방송을 통해 취향을 강요하는 듯한 뉘앙스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승철은 가창력 오디션의 시대에 발성이나 음정에 대해 가차 없는 돌직구를 날렸다. 거기에 대해 대중들은 이렇다 할 불편함을 표현하지 않았다. 그는 또한 취향의 오디션 시대로 넘어오면서는 독설을 아꼈다. 박진영은 이 취향의 오디션 시대에 가감 없이 자신의 취향을 어마어마한 표현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것이 각자 저마다의 취향을 가진 대중들에게 불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건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상 취향의 시대에 오디션 심사는 가능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저 각자의 노래에 대한 다른 취향들의 감상을 얘기하는 정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차라리 저 <보이스 오브 코리아>의 참가자와 심사위원이 역전된 상황이 지금 시대에는 더 잘 맞는 오디션 형식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이진아처럼 과정에서 이미 탄생해버린 스타에 더 집중하고, 더 이상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에 별로 관심이 없게 된 것도 이런 취향의 시대가 가져온 영향이 아닐까. 백인백색의 참가자들 속에서 우승자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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