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청춘’·‘미생’·‘삼시세끼’, tvN에 시상식이 있었다면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올해는 tvN 시상식이 있을 만했다.” <썰전>에서 방송인 허지웅이 한 이 말은 아마도 많은 대중들이 공감하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올해는 지상파보다 비지상파의 선전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특히 tvN은 드라마에서부터 예능까지 트렌드를 선도한 면이 있다. 오히려 지상파가 tvN의 트렌드를 따라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tvN은 이벤트의 하나로 디지털 시상식 ‘tvNgo Awards!’를 진행하고 있기는 하다. 여기에 후보로 올라온 프로그램과 출연자를 보면 올 한 해 tvN이 거둔 성과를 실감할 수 있다. 먼저 프로그램 대상 후보는 <갑동이>, <꽃보다 청춘>, <미생>, <삼시세끼>, <응답하라 1994>, <코미디 빅리그>다. 여기서 단연 주목되는 프로그램은 <꽃보다 청춘>과 <삼시세끼>로 연달아 메가히트를 기록한 나영석 PD표 예능과, 신원호 PD의 <응답하라 1994> 그리고 최근 신드롬을 만들었던 김원석 PD의 <미생>이다.

이들 프로그램들의 성취는 기존 지상파와는 궤를 달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꽃보다 청춘>이나 <삼시세끼>는 예능의 시즌제가 가진 장점을 확실히 부각시켰고, <응답하라 1994>는 예능과 드라마가 접목된 tvN만의 독특한 드라마 스타일을 만들었다. 또한 <미생>은 멜로 없이, 스타 캐스팅 없이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 오히려 지상파들에 큰 자극을 준 드라마다.

tvNgo 대상 개인부문 후보에 올라온 인물들은 ‘SNL’의 신동엽, <코미디 빅리그>의 이국주, <삼시세끼>의 이서진, <미생>의 이성민과 임시완, 그리고 <꽃보다 청춘>의 유희열이다. 사실 여기 올라온 후보들 모두가 올 한 해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인물들이다. 특히 <삼시세끼>의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에 이어 나영석표 예능의 페르소나로 자리 잡았다. <미생>을 통해 남녀의 케미보다 남남의 케미가 더 강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이성민과 임시완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tvNgo 시상 부문 중 흥미로운 건 케미상과 공무원상(?)이다. 케미상에는 <마녀의 연애>의 서준과 정화, <응답하라 1994>의 정우와 아라 같은 남녀도 있지만 <미생>의 시완과 성민, <삼시세끼>의 서진과 택연, <더 지니어스>의 동민과 현민 같은 남남도 있다. 이것은 <미생>에서 볼 수 있었듯이 tvN의 콘텐츠들이 그만큼 다양한 인간관계들에 집중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공무원상은 말 그대로 tvN 프로그램에 연속으로 출연한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이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김현숙, <응답하라 1997>, <고교처세왕>을 했던 서인국, <응답하라 1997, 1994> 그리고 <갑동이>에 출연했던 성동일, <나인>, <로맨스가 필요해>, <삼총사>에 출연한 이진욱 같은 인물들이 후보에 올랐다. 이들 후보들은 tvN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발굴됐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이처럼 tvN의 캐스팅은 이미 인기 있는 스타를 캐스팅하기보다는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연기자나 예능인들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아쉬운 일이지만 이 tvNgo 시상식은 공식적인 방송사의 시상식이 아니라 이벤트일 뿐이다. 하지만 그 이벤트에 올라온 프로그램과 후보자들의 면면은 웬만한 지상파의 성과를 앞서간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 성과에 걸맞는 시상식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Mnet의 ‘MAMA’가 한 해의 음악을 정리하는 시상식인 것처럼, 이제 tvN 역시 한 해의 tvN표 콘텐츠들을 시상하는 시상식으로 자리할 필요가 생겼다. 내년에는 과연 진짜 tvN 시상식을 볼 수 있을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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