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흥에 겨운 SBS 슈에 더 깊게 공감하는 이유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어떻게 이 흥을 억누르고 살았을까. 과거 SES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사실 슈에 대한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유진이나 바다보다 적었다는 데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 ‘토요일은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에서 슈는 주체할 수 없는 흥을 보여줘 함께 나온 바다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세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은 과거 요정으로 존재하던 SES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상반된 것이다. 그만큼 솔직하고 털털해진 슈는 오랜만에 꺼내 입었다는 옷에서부터 그 소박함이 묻어났다. 털이 빠지는 자켓은 하나의 웃음 포인트가 되었고, 유재석이 무대에 오르기 전에 “백화점에 먼저 가자”고 말할 정도로 짠함을 느끼게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몸에 각인된 노래와 안무는 고스란히 그녀에게 남아있었다. SES의 히트곡이었던 ‘아임 유어 걸’, ‘꿈을 모아서’, ‘Just a feeling’ 등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슈는 당시보다 더 파워풀해진 동작으로 댄스를 선보였다. 물론 거기서 느껴지는 건 과거 요정의 귀여움은 아니었다. 대신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아오며 억눌렀던 끼의 발산이 느껴졌다.

그녀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라율과 라희 쌍둥이의 엄마로서 힘겨운 일상을 보여준 바 있다. SES 시절 가녀리게만 봤던 그녀는 아이들 앞에서는 억척스런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자기도 가끔씩 쌍둥이가 헷갈린다고 할 때는 그녀 특유의 순수함이 웃음으로 묻어나기도 했지만.

그런 평범한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가던 그녀가 다시 SES로서 무대에 선다는 사실에 대한 소회가 그녀의 남다른 흥에서 느껴졌다. “바다 언니 보면 부러울 때가 많았다. 아이 키우느라 몇 년간 주부로 살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포기하고 살아야겠다는 거 때문에 언니 보면서 ‘우리 언제 뭉쳐’라고 했었다.”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무대에 서는 바다의 삶이나 연기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유진의 삶이 슈에게는 부러웠을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그 주부로서의 삶 역시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삶이다. 아마도 그것을 모두 느꼈기 때문에 슈가 보여준 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고 있는 것일 게다.

이것은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이 가진 독특한 관전 포인트다. 한때 우리들의 요정이자 우상이었던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이 나이를 먹었다. 그 중에 누군가는 여전히 연예인으로서 활동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고 터보의 김정남처럼 방송 바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생활인이 된 과거의 아이돌을 발견하는 건 반가움과 짠함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과거만 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박수를 보내고픈 지지의 마음을 갖게 한다. 그것은 아마도 과거 우리의 기억의 한 자리를 빛내줬던 그들에 대한 헌사일 것이다.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이라는 특별한 90년대로의 시간여행은 그래서 그들만이 아닌 우리들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는 세 아이의 엄마로 돌아온 슈는 다름 아닌 우리의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그녀도 우리도 나이 들었다. 그녀가 아이들의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은 것처럼 당시 그녀에 연호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던 우리들도 비슷한 역할 속에서 생활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여전히 흥에 겨운 슈의 모습에 더 깊은 공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마치 우리 모습을 거기서 발견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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