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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왜 독배와 같은 상을 유재석에게 건넸을까
기사입력 :[ 2014-12-29 10:00 ]


안 받느니만 못한 유재석의 KBS 연예대상 수상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유재석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한 해를 살았고, 그 누구보다 꾸준히 자기가 걸어올 길을 걸어왔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는 2014년에도 여전히 완벽에 가까운 한 해를 보냈다. 어느 프로그램이 조금 더 시청률이 높고 또 다른 프로그램은 잘 안됐다고 해도 그것으로 유재석의 공로를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올해 KBS에서 유독 유재석의 실적이 낮았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변함없는 대중들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유재석의 노력을 인정하는 것과 ‘KBS 연예대상’처럼 한 해를 포상하는 상을 주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유재석에게 올해 상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에 대한 대중들의 호감이나 지지의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런데 굳이 명분이 없는 포상을 하는 건 다른 문제다. 그것은 유재석 당사자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과잉의 상찬은 자칫 그에게 독이 될 위험성이 더 크다.

대상을 받게 된 유재석 스스로도 “전혀 받을 줄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대상은 이례적이었다. 한 해 프로그램의 실적으로 보기 마련인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에서 이번 대상은 마치 유재석 개인에게 준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건 그 때문이다. 그가 무려 8년째나 이끌어온 <해피투게더>는 올해 시청률이 6%대까지 떨어졌다. 그가 새롭게 런칭한 <나는 남자다>는 5% 대 시청률을 전전하다 끝나버렸다. 시즌2는 미지수다.

시청률이 전부가 아니긴 하다. 하지만 올해 유재석이 주도한 <해피투게더>나 <나는 남자다>가 화제성이나 신선함에서 압도적이었던 것도 아니다. <해피투게더>는 오래도록 유지해온 성과가 있지만 새로움을 요구하는 대중들에게는 이제 너무 뻔하고 식상한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다. 여전히 연예인 게스트들의 신변잡기 토크쇼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나마 유재석이 있기에 그 정도의 호감을 유지하고 있을 뿐, 만일 그게 아니라면 벌써부터 질타 받았을 프로그램이다.

<나는 남자다>는 남자 방청객들만을 모아두고 남자들만의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의도는 참신했지만 현실적으로 스튜디오 토크쇼가 갖는 한계를 드러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지상파가 갖는 플랫폼의 한계, 즉 보편적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오히려 프로그램의 걸림돌이 된 점이 있다. 시즌이 끝나갈 때쯤 남자 방청객만이 아닌 여자 방청객을 끌어 모으려는 방식으로 선회함으로써 <나는 남자다>는 스스로 그 색깔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자인하기도 했다.



결국 유재석이 올해 대상을 받은 건 올해의 실적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굳이 말한다면 그간 9년간의 노고에 대한 포상의 성격이 짙다. 그것이 아니라면 내년 좀더 KBS를 신경 써달라는 방송사의 전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굳이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고 해도 그것이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상이란 포상 받는 사람이 있으면 포상 받지 못하는 사람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즉 누군가 특별히 올 한 해를 열심히 해왔는데 그 상이 다른 사람에게 가버리게 되면 어떤 마음이 들까. ‘KBS 연예대상’에 굳이 ‘2014’라는 올해의 숫자를 적어놓은 건 이 상이 올해의 공을 치하하는 상이란 걸 말해준다.

이런 대상 시상에 있어서 유재석이 잘못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바라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상을 덜컥 받았으니 한 편으로는 고마우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미안한 감정이 들 것이다(그는 실제로 이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유재석이 아니라 그 대상 시상 자체가 대중들에게 어떤 불편함을 만들고, 마치 ‘뭘 해도 결국은 유재석’이라는 허탈감으로 이어질 때 상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

대상을 받은 유재석에게 많은 이들이 박수를 친다. 하지만 그것은 대상이 주는 의미보다는 유재석 개인이 해온 그간의 성실성과 노력에 대한 박수의 성격이 더 강하다. 하지만 이번 대상 수상으로 유재석에게 박수를 치지 못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그것은 마치 방송3사를 통틀어 10여 차례가 넘게 받아온 그의 대상이 후배들에게는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만일 유재석이 그저 ‘무관의 제왕’으로 남아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대상 수상 이후 간간히 생겨나고 있는 반감 따위는 없지 않았을까. KBS는 왜 이런 독배가 든 상을 유재석에게 건넸을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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