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의 대상 독식, 즐거울 수만은 없는 이유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이변은 없었다. 모두가 예상한 바였고 결과도 그대로였다.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상이라고 할 수 있는 ‘올해의 프로그램상’과 대상은 각각 <무한도전>과 유재석에게 돌아갔다. 문자 투표를 통해 시상하겠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당연히 결정된 사안이나 마찬가지였다. 팬심으로 주는 시상에 <무한도전>과 유재석을 이길 수 있는 콘텐츠와 인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올해 MBC 예능 전체를 두고 본다고 해도 <무한도전>과 유재석의 공적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일밤>의 <진짜 사나이>나 <아빠 어디가>가 올해는 그다지 좋은 결과로 마무리를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새롭다기보다는 이제 정착단계에 들어간 프로그램 같은 인상을 준다.

<무한도전>은 상반기에는 ‘선거특집’으로 놀라운 기획력을 보여주었고, 하반기에는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로 90년대 복고 신드롬을 일으키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니 <무한도전>과 그 프로그램을 선두에서 이끌어나가는 유재석이 최고의 상을 받아가는 것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KBS 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이 대상을 받은데 이어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도 유재석이 상을 받은 상황 자체는 지상파 전체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그다지 좋은 결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항간에는 SBS 역시 대상을 줄 인물이 유재석 밖에 없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만일 유재석이 올해 지상파 3사의 대상을 거머쥐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다면 그것은 유재석 개인에게는 영광일지 몰라도 지상파 예능 전체에는 ‘새로울 게 없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미 이전에도 상을 받았던 KBS <해피투게더>와 MBC <무한도전>이 몇 해째 상을 받고 있다는 건 그간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에 맞설만한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내놓지 못했다는 얘기도 된다. 물론 <아빠 어디가>나 <진짜 사나이> 같은 시도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프로그램들은 <무한도전>만큼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 힘이 부족했다고 말할 수 있다. 매주 새로운 아이템에 도전하는 <무한도전>과 비교해보면 이 두 프로그램은 어느 순간 비슷한 패턴에 빠져버린 느낌이 있다.

게다가 새롭게 시도된 프로그램들은 거의가 대부분 난항을 겪었다. <7인의 식객>이나 <헬로 이방인>이 그렇고 <띠 동갑내기 과외하기>도 마찬가지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대중들에게 무언가 확실한 존재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것은 타 방송사들도 마찬가지다. KBS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정도를 빼고는 새로운 성취를 찾기가 어렵다. 유재석이 새로 시작한 <나는 남자다> 역시 쓸쓸한 마무리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다만 기존의 프로그램이었던 <1박2일>의 부활과 <개그콘서트>의 여전한 인기가 KBS 예능의 힘을 유지해주고 있을 뿐이다. SBS 역시 <런닝맨>과 <케이팝스타> 같은 기성 프로그램들의 유지가 있었을 뿐, 새로운 시도의 성취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결론은 유재석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 해의 성취를 얘기하는 자리에서 그 해의 새로운 성취를 얘기하지 못한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유재석의 독식이 당연히 이해되면서도 단지 즐거울 수만은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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