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정글의 법칙’을 익스트림 스포츠로 만들었나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정글의 법칙>에서 이제 생존 그 자체는 그다지 큰 이슈가 되지 못한다. 무수히 반복된 정글 체험을 통해서 김병만은 물론이고 그와 함께 해온 병만족들 또한 정글에 대한 이력이 생긴 탓이다. 생존만을 강조하게 되면 비슷한 장면들만 반복되어 나오는 것도 <정글의 법칙>이 생존 그 이상을 보여주기 위해 진화해온 이유 중 하나다. 이제 정글에서 배고픔을 해결하고 불편한 잠을 자며 버텨내는 건 너무 많이 노출돼 식상해진 그림들이다. 시청자들은 <정글의 법칙>에 새로운 그림들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정글 생존’에 대한 강조는 이제 <정글의 법칙>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리얼리티 논란이 터져 나온 이후 <정글의 법칙>은 지나치게 ‘완전한 야생’을 강조하는 것이 여전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정글의 법칙>은 ‘정글 생존’ 위에 인위적인 이야기를 덧대는 ‘게임형 미션’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영화 <헝거게임>의 형식을 가져와서 정글에서의 게임을 시도했던 건 그래서다.

그러던 <정글의 법칙>이 이제는 ‘익스트림 스포츠’로 진화해가고 있다. 코스타리카의 ‘에코 생존’을 보면 정글은 물론 여전히 버텨내기 힘든 혹독한 환경을 제공하지만 그 안에서도 ‘정글을 즐기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낚시가 금지된 바다에 들어가 탐사를 하며 경계심이 없는 다양한 바다 속 물고기들을 관찰하는 건 ‘생존’과는 무관한 ‘즐거움’의 추구다.

먼 바다로 나와 바다낚시를 하는 건 물론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해야 하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행위 자체는 하나의 ‘익스트림 스포츠’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랜 기다림 끝에 거의 참치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물고기를 잡아 회와 구이 찜을 해먹는 모습은 그래서 ‘정글 생존’이라기보다는 정글에서 즐기는 스포츠처럼 다가온다.



미션이 일단락되고 남은 시간에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장면은 자못 상징적이다. 과거 거대한 파도는 보트를 뒤집어버릴 듯 위협하는 생존의 의미를 줬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파도를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 생존은 놀이로 전환되었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병만족의 늘어난 체험과 경험으로 인한 진화 덕분이다.

그래서일까. 파쿠아레강의 급류 타기는 이 ‘익스트림 스포츠’의 한 부분처럼 여겨진다. 폭포가 쏟아지는 절경 속에서 급류를 타고 내려오는 그들에게서는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진다. 위험이 즐거움으로 바뀌는 순간, ‘익스트림 스포츠’의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계곡을 타고 내려오다 정만식과 류담이 물에 빠지는 장면조차 그다지 위험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안전요원이 함께하는 대비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체험을 생존 그 이상의 즐거움으로 바라보는 달라진 시선이 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글에서 하룻밤을 비박으로 지내고 적지만 간간히 나오는 풍족한 먹거리로 오히려 즐거움이 배가되는 이 ‘익스트림 스포츠’의 세계는 <정글의 법칙>의 진화이면서 동시에 우리네 인류의 진화이기도 할 것이다. 얼음이 얼면 그 얼음 위에서 미끄러짐을 즐기고, 물이 가로막으면 그 물속을 즐기는 그 과정에서 인류는 진화해온 것이니 말이다. 여러모로 지난 2011년 10월 첫 방송을 시작해 예능성숙기인 4년차로 접어든 <정글의 법칙>은 이 익스트림 스포츠의 한 단면을 가져옴으로써 생존 그 이상의 것들을 보여주며 새로운 진화의 길을 모색해가고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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