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왜 강호동에게 맞지 않는 망토 입혔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KBS2 <투명인간>의 가장 핵심 마케팅 포인트는 강호동의 새 프로그램이란 점이다. 이 기대에는 묘한 기운이 섞여 있다. ‘얼마나 재밌을까?’와 함께 ‘이번에도 안 되는 거 아닌가?’라는 ‘고약한’ 관심이 한자리 차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0여 년간 부동의 톱MC였던 강호동의 최근 3년의 성적은 초라하다. 예능이 다양화되고 장르적 성격도 확장되는 시기와 정확하게 맞물린다. 이런 변화 속에서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 그이기에 말들은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픈빨’이 일주일을 가지 못했다. 첫 방송 후 나름 며칠간 회자됐는데 두 번째 방송부터 시청률이 0.5% 떨어지고 이슈는 사라졌다.

<투명인간>의 콘셉트와 방향성은 카메라가 점점 더 일상으로 들어가는 최신 예능 트렌드에 부합한다. 고된 업무의 연속, 무료한 일상이 똑같이 반복되는 직장인들에게 특별한 하루가 주어진다면 이란 가정 하에 연예인들이 이들의 회사로 직접 찾아가 특별한 이벤트를 선사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강호동의 변신을 기대하게끔 한다. 그런데 방송을 ‘보면’ 공감의 부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일상성을 강조하는 예능의 첫 번째 덕목이자 재미의 근간은 공감과 같은 정서다.

그런데 <투명인간>에서는 회사원들이 웃음을 터트릴 수 있도록 꾸며진 대결을 펼치고,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실행까지 그 어디에도 ‘일상성’이나 ‘공감대’는 없다. 그러다보니 배경만 우리네의 일상일 뿐 연예인들이 직접 회사로 가서 웃기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 위에 강호동을 포함한 6MC(하하, 김범수, 정태호, 강남, 박성진)들이 회사원들을 웃기기 위해 어떻게 망가질지 작전을 짜고 나름 승부욕을 발휘하는 것은 그래서 몰입하기 힘들다.

연예인들이 왜 우리네 일상으로 들어왔고 어떤 관계를 맺는지 관계망이 보이질 않는다. 왜 이들이 웃겨야 하고, 누군가는 참아야 하고, 그것이 왜 대단한 대결인지 빠져들기 어렵다. 방송에 출연한 회사원들과 시청자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 방송에 등장하는 회사원들도 연예인을 본다는 것 이상의 무엇이 없다. 웃기기 위해 얼굴에 로션을 잔뜩 바르고 그것을 지켜보는 다른 출연자들은 과장된 예능 리액션으로 자지러지듯 웃는 것을 우리가 왜 봐야 하는지, 웃기고 참는 것을 바라보면서 어떤 의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을지 답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



신기한 노릇이다. 콘셉트와 방향은 최신의 트렌드와 맞닿아 있지만 내용과 진행은 아예 구태로까지 취급받는 망가지기식 코미디라니 기름과 물을 섞은 듯하다. 이러한 역행과 부조화는 <투명인간>을 시청자들에게 스스로 보이지 않게 만드는 망토와 같다. 카메라와 연예인이 일상 속으로 더욱더 깊숙이 찾아들어갔지만 결과물은 누가 봐도 그냥 ‘방송’이다.

이런 모순은 강호동이란 큰 산과 같은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히려고 하면서 시작된다. 에너지와 리액션으로 이끌고 가는 강호동식 진행 스타일은 공감대 같은 정서적 차원의 재미와 맞지 않다. 그래서 콘셉트는 요즘 것이나 실체는 요즘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예전 예능이 펼쳐진다. 강호동이 <상속자들>의 김우빈을 따라 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게스트가 높이 날수 있도록 MC진은 리액션을 활발하게 펼쳐지며 분위기를 돋운다.

리액션에 의존하는 웃음, 게스트에 의존하는 분량, 강호동식 개그와 콘셉트의 부조화. 이것이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이 <투명인간>의 존재감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 하지원, 이유리 등 게스트를 띄워주기만 할 뿐 함께하는 회사원들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한다. 직접 회사로 찾아간 보람을 찾아야 하는데 그저 배경에 머문다. 그러다보니 1시간 30분에 육박하는 분량에 비해 스토리가 극도로 단순해져 지루하다. 이런 세심함은 강호동의 장점이 아니다. 차라리 연예인 군단을 앞세워 ‘타짱’을 좀 더 버라이어티하게 하는 편이 강호동의 재능을 훨씬 드높일 기회다.



변화가 꼭 스타일의 변신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강호동의 부침이 안타까운 것은, 그의 능력과 쌓아온 이미지가 먹힐 분야와 타깃이 분명히 있는데 욕심 혹은 전략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강호동은 지금까지 본인이 쌓아온 장점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자신에 대한 호불호의 평가를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모두를 위한 MC가 되기엔 세상이 변했다. 예능은 예전과 달리 장르, 타겟 모든 면에서 확장하고 다양화되었으며 꽂히는 매력은 세분화되었다. 강호동의 장점은 에너지와 리액션, 그리고 높은 인지도다. 이 둘 사이의 교집합을 찾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 ‘변화에 탑승’ 하려니 오류가 난다. <투명인간>도 그런 과정에서 벌어진 소동 중 하나로 보인다.

어차피 스타일을 바꾸긴 어렵다. 프로그램도 프로그램이지만 먼저, 강호동의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 변화가 더 절실하다. <투명인간>은 그에게 억지로 맞지 않는 망토를 입히고 있는 것이 아닌지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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