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만재도 부부에겐 손호준이 절실해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실로 나영석 PD의 놀라운 편집기술이 아닐 수 없었다. 만재도로 간 <삼시세끼> 어촌편은 아예 애초부터 장근석이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중간 중간에 그의 흔적들마저 지우기는 어렵긴 했지만. 밥상에 늘 놓여진 세 개의 밥그릇이 그렇고, 이미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던 유해진의 ‘돼크라테스’ 에피소드에서 들려오던 장근석의 웃음소리도 그렇다.

하지만 그런 몇몇 흔적들을 제외하고 나면 <삼시세끼> 어촌편은 오롯이 차줌마로 변신한 차승원과 바깥양반으로 분한 유해진이라는 ‘만재도 부부’의 탄생을 알리는 첫 회가 되기에 충분했다. 아예 장근석의 분량을 덜어내고 거기에 맞는 새로운 스토리를 구성해낸 것으로 보인다.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편집이지만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이 상당부분 이 후반 편집 작업을 통해 빛을 발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만재도 부부의 <삼시세끼>는 두 사람의 때론 부부 같고 때론 형제 같은 모습을 통해 벌써부터 훈훈한 섬의 일상들이 묻어났다. 사실 만재도라는 배로만 6시간을 가야하는 낯선 섬이 단 한 회만으로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툭하면 불어오는 바닷바람이나 자꾸만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통발 낚시, 그리고 벌써부터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만재슈퍼나 이장님을 압도하는 이장님 사모님의 존재감은 만재도라는 섬을 더 친근하게 만들었다.

그 친근해진 공간 위에 차승원과 유해진은 거의 프로페셔널한 ‘적응력’을 보여줬다. 아줌마로 분한 차승원은 뭐든 척척 요리를 해내면서 그렇게 요리 하는 남자가 섹시해보이지 않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유해진은 아침 댓바람부터 바다로 나가 아침으로 해먹을 해초를 주워오고, 낚시 간 차승원을 기다리며 망치와 톱으로 나무를 쓱쓱 잘라 아담한 의자 두 개를 만들어내는 등, 남편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그런 그들이 한 방에 누워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나누는 농담은 훈훈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바깥에 몰아치는 눈보라는 이 만재도 부부의 훈훈한 정과 대조를 이루며 <삼시세끼>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역시 나영석 PD의 예능에는 만재도의 주민들은 물론이고 자라나는 채소들이나 바닷가의 물고리 한 마리까지 출연자가 된다는 걸 보여줬다.

그것이 가능한 건 아예 장근석의 존재 자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스토리텔링에 능한 편집의 힘이었다. 물론 40대 후반의 남자들이 그려가는 만재도 부부의 일상이 흥미롭지 않은 건 아니다. 그 정도의 남자들이 대부분 그러한 것처럼 의외로 낯선 환경에 척척 적응해가는 모습들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2%는 어쩔 수 없다. 그것은 아마도 젊은이들의 채취가 사라져가는 작금의 시골의 삶에서 우리가 느끼는 허전함과 유사한 어떤 정서일 것이다. 조용한 어촌이라도 젊은이의 활기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장근석의 빈자리를 채워줄 손호준이라는 존재에 대한 기대감은 더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미 만재도 부부의 일상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주는 <삼시세끼>지만, 손호준은 그래서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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