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보내는 액션배우들을 위한 헌사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MBC 예능 <무한도전>은 왜 새해벽두부터 액션배우들을 찾았을까. 1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된 ‘나는 액션배우다’ 특집은 겉보기에는 ‘몸 개그’의 향연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몸 개그가 어디서부터 비롯되며, 무엇을 지향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이번 행보 역시 <무한도전> 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액션스쿨의 정두홍 감독은 ‘액션배우들은 뒤통수를 연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비록 얼굴이 나오지 못하는 입장이지만 분노의 감정까지 뒤통수에 담아 혼신의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뒷모습으로 멋진 연기를 펼치고 돌아서는 장면을 통해 주연을 더 멋지게 만드는 게 그들의 역할이었다.

또 한꺼번에 여러 명이 뒤엉키는 액션 신에서는 주연을 위해서 수십 명이 몸을 내던지는 연기를 선보였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첫 경험’으로 시도한 <올드보이> 액션에서 살짝 스치기만 해도 스프링처럼 튀어나가 쓰러지는 액션배우들의 땀을 느낄 수 있었다. 주연배우들이 영화의 얼굴이라면 액션배우들은 영화의 몸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무한도전>의 이번 특집은 오롯이 이렇게 묵묵히 뒤에서 주인공들을 빛내주지만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액션배우들에 대한 헌사가 되었다. 정두홍 감독을 비롯해 홍금보를 닮았다는 허명행 감독, 그리고 잘 생긴 외모로 벌써부터 네티즌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는 김선웅 같은, 영화 속에서는 숨겨져 있는 그들을 전면으로 끌어내는 것이 마치 몸 개그의 향연처럼 보이는 이번 <무한도전>이 실제로 목적한 것이다.



액션배우들이 오히려 더 주목받고, 여기에 도전하는 <무한도전> 멤버들은 몸 개그를 통해 한없이 망가지면서 큰 웃음을 주는 건 그래서 합이 잘 맞는 구성이 아닐 수 없다. 함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액션배우들의 기에 질려 뒷걸음질 치는 유재석이나 박명수의 모습이 큰 웃음을 주다가도 그렇게 열심히 하는 액션배우들의 모습에 감탄하게 되는 그런 구성.

영화 <신세계>의 엘리베이터신을 재연하면서 정준하는 웃통이 벗겨지고 당근으로 공격을 당하는 치욕을 선보였지만 그것은 이 날의 가장 큰 웃음을 준 장면이 되었다. 이른바 ‘쭈구리’로만 살아왔다는 박명수가 액션 신 속에서나마 한풀이를 하는 장면은 현실과 영화 속의 판타지를 잘 보여줬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몸 개그가 되어버린 액션연기를 보여주던 <무한도전> 멤버들이 액션 블록버스터 버전의 ‘무한상사’를 통해 어떤 변신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시작은 몸 개그지만 마지막은 어엿한 ‘액션배우’의 면면을 보여주지 않을까.

액션배우 특집은 <무한도전>이 지금껏 해온 ‘주목받지 못한 이들을 조명하는’ 그 기본 정서와 너무나 잘 맞는 아이템이다. 이를 통해 영화 속에서 몸으로만 존재하며, 든든하게 얼굴인 주인공들을 세워주던 그들의 존재가 좀 더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을까. 얼굴이 안 나와도 늘 최선을 다함으로써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그들. 웃음과 액션이 다르지만 그들과 <무한도전>은 그래서 닮았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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