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3’ 전초전 격 한주, ‘풍산개’ 살아남을까?

[엔터미디어=오동진의 미리보는 박스오피스] 이번 주 박스오피스의 기대주는 단연 <풍산개>다. 그 이유는 김기덕 감독 때문이다.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이 2008년 <비몽> 이후 3년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근데 그의 작품, 곧 그의 연출이 아니다. <비몽>과 같은 시기에 내놨던 <영화는 영화다>처럼 연출이 아니라 프로듀서를 맡은 작품이다. <풍산개>는 <영화는 영화다>처럼 김기덕 영화이면서 김기덕 영화가 아니고 동시에 김기덕 영화가 아니면서 김기덕 영화인 셈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김기덕이 직접 연출하지 않은 <영화는 영화다>는 김기덕 영화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풍산개>도 흥행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일까? 바로 그 점이 이 영화에 눈과 귀를 쏠리게 하는 이유다.

반면 김기덕 감독이 직접 연출한 작품들은, 국제영화제에서 그토록 추앙과 수상의 영광을 휩쓸었음에도, 대중상업적으로는 참패를 겪어 왔다. 실제로 김기덕 감독이 이번 <풍산개> 직전에 발표한 자전적 다큐멘터리 <아리랑>은 지난 5월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성 등을 고려해 국내 개봉을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풍산개>는 그러나, 생각처럼 관객몰이를 하거나 바람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풍산개>는 함께 새로 개봉된 영화들 <정무문:100대1의 전설> <플레이> <소중한 날의 꿈> <인 어 베러 월드> <김정일리아> 등과 비교할 때 인지도 측면에서 많이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개봉 구작들의 입김이 여전히 세다. <써니>의 파죽지세 흥행은 아직도 한 주 30만의 관객을 모으고 있다. <슈퍼 에이트> <그린 랜턴:반지의 선택> 등 경쟁력들이 만만치 않다. <풍산개>는 좀 길게 보고, 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가는 방향을 택해야 할 것이다.

개봉작 가운데는 <소중한 날의 꿈>과 <인 어 베러 월드>가 눈에 띈다. <소중한 날의 꿈>은 3D가 판치는 세상에서 오히려 보기 드물게 느껴지는 2D 셀 애니메이션이다. 제작 기간만도 7년이 걸린 작품이다. 작품을 총괄 지휘한 안재훈 감독의 결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흑백TV 시절인 1970년대가 배경이다. 복고적이라는 얘긴데 역설적으로 다분히 성인들에게 더 어울릴 작품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바로 그 점이 흥행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인 어 베러 월드>는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휩쓸었던 작품이다. 덴마크와 아프리카를 오가며 의료 봉사활동을 벌이는 아버지와 그의 아들이 각각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폭력적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시점에서, 또 한편에서는 아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의 폭력이 중층적으로 겹치게 되는데, 그 내러티브를 풀어가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감독인 수잔 비에르는 덴마크의 유망 여성감독으로서 전작인 <브라더스>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감독이든 작품이든 대중적으로는 인지도가 매우 약하다. 영화를 보면 다들 박수 갈채를 보내겠지만 보게 되기까지, 관객이 극장으로 가기까지가 쉽지 않은 작품이다.

이번 주 개봉 영화들은 어떤 면에서 매우 불행하다. 다음 주에 올 여름 가장 위력적이라고 간주되는 <트랜스포머3>가 개봉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다음 주 개봉작품이 <트랜스포머3> 한 편밖에 없을 정도로 다들 이 영화를 피해가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트랜스포머3>는 전국의 스크린을 싹쓸이 할 가능성이 크다. <트랜스포머3>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쓰나미 공세에서 <풍산개> 등의 작은 영화들이 끝까지 살아 남기를 바랄 뿐이다.


칼럼니스트 오동진 ohdj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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