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여기자 서열놀이 왜 민감하게 반응할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독하다 너 되게. 이라야 너 몇 기야?” KBS기자들과 함께 하는 <1박2일>에서 김나나 앵커는 김빛이라 기자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 갑자기 조직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자 김빛이라 기자는 “38기입니다. 선배”하고 답했고 그러자 김나나 앵커는 재차 “몇 살이나?” 하고 차갑게 질문을 던졌다.

그럴 때마다 출연자들과 기자들은 한 마디로 빵빵 터졌다. 13년차 정치부 베테랑 강민수 기자는 거기에 추임새를 얹었다. “검찰 강압수사는 막아도 여기자 군기는 터치 불가”라고 했다. 그러자 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거의 <개그콘서트> 수준의 예능감을 선보이는 기자들이었다. 즉 이 분위기는 개그의 기본공식처럼 여겨지는 서열과 계급 뒤틀기를 슬쩍 끄집어낸 일종의 상황극 같은 데서 나온 것이었다. 즉 본래 기자 사회의 서열이 엄격하기로 유명하지만 그렇다고 복불복 게임 같은 데서 갑자기 서열을 묻는 건 넌센스다. 그만큼 게임에서 이기고 싶은 열망을 드러냄으로써 그것을 웃음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하지만 이 일종의 서열 상황극을 바라보는 시청자들 중 이것을 보며 우리네 서열 문화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는 건 왜일까. 그것은 마치 군대 문화처럼 조직 문화가 여전히 수평적이지 않고 수직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기도 하고, 이로써 최근 여기저기서 이슈화 되고 있는 ‘갑질’ 여론의 영향이기도 할 것이다. 어딘지 계열화된 서열은 이제 그 자체로 바라보기 불편한 어떤 것이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예능이다. 즉 예능이 늘 다뤄왔던 서열 상황극을 이토록 민감하게 다큐로 받아들이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을 법하다. 그것은 KBS 기자들이 <1박2일>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다.



<1박2일>에 방송 기자들이 출연한 것은 거의 처음이다. 그러니 그 시도만큼은 참신하다. 하지만 아나운서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느껴지는 불편함만큼 기자들의 예능 출연 역시 어딘지 비슷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무언가 보도의 공정성을 보여야 하는 기자들이 예능에 와서 웃고 떠드는 장면은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엄격해 보이는 인물들이 나와서 의외의 예능감을 선사하는 것은 아나운서들이 예능에 출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웃음의 포인트가 되기는 한다. 또 요즘은 본업과 부업을 시청자들도 구분해서 볼 줄 안다. 즉 기자로서 뉴스에 나올 때의 모습과 일상인으로서의 모습을 분리해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1박2일> 여기자들의 서열 놀이에 문제제기를 하는 이면에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것은 어쩌면 그간 KBS의 보도가 보여준 모습에 대한 대중들의 감정이 들어간 때문이 아닐까. 공정한 보도를 꾸준히 해왔다고 생각된다면 그들이 예능에 나와 무엇을 하건 호감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중들이 KBS 보도에 느끼는 감정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1박2일>은 예능을 한 것이고 출연한 기자들도 예능에 맞는 멘트를 던진 것뿐이다. 하지만 예능에서는 늘상 통용되는 똑같은 서열놀이가 ‘갑질’로까지 변질되어 이야기되는 것 속에는 그 이면에 깔려 있는 KBS 보도에 대한 대중들의 마음을 읽게 된다. 대중들이 기자들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건 웃음이 아니라는 것.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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