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 여군특집2, 묵묵한 엠버 신의 한수된 까닭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MBC <일밤-진짜사나이> 여군특집2에서 엠버는 “잊으시오”라는 단 한 마디로 첫 회에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군대 용어에 답답하고 막막해 눈물을 뚝뚝 흘린 엠버에게서 그 어떤 과잉도 느껴지지 않았다. 언어의 장벽도 한계처럼 느껴지지만 자신의 그 문제로 동료들까지 힘겨워질 수 있는 군 체험에 스스로 자책감마저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엠버는 이 첫 눈물 이후 의외로 모든 군 체험들을 가장 잘 해나갔다. 군대 와서 바느질 할 줄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지만 모두가 당황하는 와중에도 엠버는 묵묵히 바느질을 완수해 ‘규수의 탄생’이라는 새로운 칭호을 얻었다. 입소 전 남다른 체력으로 팔굽혀펴기를 남자들보다 더 잘 해내 ‘G.I.엠버’라고 불렸던 모습과는 또 다른 반전 매력이었다.

누구보다 훈련에 잘 적응해내는 엠버지만 여전히 낯선 언어는 적응이 안 되는 모습이었다. 제식훈련을 할 때나 각개전투, 화생방 훈련에서도 조교의 지시를 잘 못 알아들었다. 그런데 엠버는 그 때마다 손을 번쩍 들고 조교에게 이해가 가지 않는 걸 끝까지 물었다. 화생방 훈련이 끝나고 PT 체조를 조교가 시킬 때 마지막 숫자 구호는 외치지 않는다는 규칙을 지키려고 정신을 바짝 차리는 엠버였지만 자꾸 최종 횟수를 바꾸는 함정을 쓰는 조교에게 그녀는 이해할 때까지 물어보는 모습을 보였다.

각개전투에서도 화생방 훈련에서도 묵묵히 그 누구보다 훈련을 잘 치러낸 엠버는 언어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끝까지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또 그녀는 생활관에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고, 심지어 주변 동료들을 도와주기도 했다. 아마도 언어가 낯선 군대이기 때문에 남다른 긴장을 갖게 됐었던 모양이다.



엠버가 보여주는 이 당혹스러움과 긴장, 그리고 매사에 열심히 임하는 모습은 이번 여군특집에서 최고의 수확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사실 이번 여군특집은 눈물이 너무 많은 것이 오히려 지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것은 이미 지난 여군특집을 봤던 시청자들로서는 좀 더 새로운 이야기를 보고 싶은 욕구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출연자들이 지난 시즌을 너무 의식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어린 눈초리로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처음 보일 때는 눈물이 그 자체로 뭉클하게 다가왔지만, 반복해서 보이니 식상해졌다는 점이다.

화생방 훈련에서 들어가기도 전에 힘겨워 하는 보미의 모습과 결국은 소총까지 버리고 탈출하는 모습은 지난 시즌만 해도 그러려니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게 느껴졌다. 그것은 일종의 착시현상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즉 그 체험을 하는 출연자들은 처음이지만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두 번째이기 때문에 그걸 받아들이는 느낌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에서는 ‘눈물의 퇴소식’이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혜리의 “이잉-”하는 앙탈과 로봇 조교의 살짝 드러난 미소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비슷한 ‘눈물의 퇴소식’이라고 해도 이전 같은 강도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것 역시 자꾸만 지난 시즌과의 비교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 여군특집을 통해 한 차례의 시청경험을 한 시청자들은 이번 시즌에는 암묵적으로 이전보다는 좀 더 잘 적응하는 어떤 모습을 기대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화생방에서 힘들다며 소총 버리고 도망치는 걸 그냥 봐주는 것처럼, 너무 많은 열외가 진짜 군 생활과는 큰 차이를 보여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가장 낯설 수밖에 없는 엠버의 진정성이 더 도드라지고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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