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혹은 학예회, ‘K팝4’ 반응 왜 극단으로 나뉠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SBS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4’를 보는 대중들의 마음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박진영 심사위원이 이진아의 자작곡 ‘냠냠냠’을 듣고는 “이건 반칙이죠.”라며 “이건 오디션에서는 나와서는 안 되는 음악적 수준”이라고 얘기할 때 한 편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뭐 저 정도까지’라는 반응도 나온다.

심지어 박진영은 이진아를 ‘흑인 바하’라고까지 평가했다. 바하처럼 모든 음악적 완성도를 갖춘데다가 흑인 소울을 느끼게 하는 그루브까지 갖췄다는 데서 나온 표현이다. 첫 무대부터 ‘음악 천재’로 극찬을 받은 출연자들은 이제 ‘천재’라는 표현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심사에 있어서 이런 극찬만 있는 건 아니다. 이진아에 대한 박진영과 유희열의 극찬이 이어질 때 양현석은 ‘음악성과 함께 대중성도 함께 잡아야 한다’며 이진아가 가진 인디적 속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잘 하는 건 인정하지만 그것을 많은 대중들이 공유하는 건 다른 문제라는 걸 지적한 것이다.

‘K팝스타4’가 낳은 몇몇 괄목할만한 천재들의 면면을 보면 모두 이런 양극단의 평가가 나뉘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무대에서 부른 노래가 음원차트에 처음으로 랭크된 정승환의 경우, 발라드의 몰입도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편에서는 너무 어른 흉내를 낸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양현석에게 아빠 미소를 만들어내는 릴리는 표현능력이 ‘천재적’이라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았지만 몇몇 대중들의 반응을 보면 ‘학예회 수준’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어째서 이런 극단적인 온도차가 생기는 것일까. 이것은 ‘K팝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데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양현석은 본래 가수 출신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프로듀서로서의 입장을 보여줘 왔다. 그러니 어찌 보면 가창력이나 음악적인 천재성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위치다. 박진영은 가수 겸 프로듀서이기 때문에 가장 가창력 평가를 할 만한 심사위원으로 꼽히지만 그의 과한 리액션에 대한 대중적 반감도 점점 커져버렸다.



그나마 지난 시즌에 심사의 균형을 만들어준 건 유희열이다. 하지만 유희열 역시 ‘K팝스타’에 점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예전만큼 타 심사위원과 각을 이루며 균형을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다. 지금은 어쩐지 유희열 역시 양현석이나 박진영과 다를 바 없는 위치에서 지극히 사업적인 입장에 들어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착시현상마저 만들어내고 있다. 오래 함께 하다 보니 진짜 음악적 입장이 다르다기보다는 각자 역할을 구분해서 방송을 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다 비슷비슷해진 것이다.

게다가 완성된 가수를 뽑는다기보다는 가능성을 가진 가수를 뽑는다는 명분은 심사의 애매모호함을 더해준다. 이진아나 박윤하처럼 그 가능성이 확실하게 보이는 출연자들은 말이 적게 나오지만 그렇지 않은 출연자들에 과하게 쏟아지는 ‘가능성 발언’들은 고개가 갸웃해질 때가 많다. 이런 심사와 대중들의 느낌이 엇갈릴 때마다 그 괴리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심사에서는 천재라고 극찬을 하고 있는데 대중들 일부에서는 학예회 수준이라고 비하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결과적으로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중들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다. 사실 ‘가능성’이라는 말만큼 애매한 게 있을까. 세상 그 어느 누구도 ‘가능성’ 없는 존재란 있을 수 없다. 가능성이란 지대를 오디션의 영역으로 내놓은 ‘K팝스타’. 누구나 올라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무대라는 장점을 지녔지만, 그것은 자칫 오디션이라는 틀 자체를 무화시킬 위험성도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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