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 허지웅은 ‘우결’이 뻥이라고 비웃었지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우결>은 애초에 콘셉트 자체가 뻥이란 말이에요. 가상이라고 얘기하는 게 너무 점잖은 프로 같아요. 이건 대놓고 뻥이잖아요. 그걸 가지고 진정성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저는 시청자들이 너무 과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닌가...” JTBC <썰전> 예능심판자 코너에서 방송인 허지웅은 최근 벌어진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 진정성 논란에 대해 “뻥”이라는 표현을 썼다. 뻥이기 때문에 진정성 요구 자체가 과하다는 얘기다.

이 말은 사실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우결>은 ‘가상’이라는 점잖은 문구를 동원하고 있지만 실체는 ‘거짓’이다. 대중들은 이미 <우결>에 등장하는 커플들이 진짜 부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이 하는 행동들은 신혼부부라고 하더라도 너무 과하다. 그렇게 닭살행각을 오래도록 반복하는 신혼부부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러니 <우결>은 애초부터 거짓을 하나의 콘셉트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우결>을 뻥이라고 해놓으면 또한 문제가 생긴다. 그동안 PD가 프로그램 밖에서 해온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가 대놓고 거짓말이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PD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줄곧 결혼은 가상이지만 여기서 나오는 관계의 케미나 리액션은 진짜라고 말해왔다. 일종의 상황극 속의 연기일 수 있지만 그 연기에는 우리가 극에서 얘기하는 진정성 정도의 수준이 담겨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만일 허지웅이 말한 대로 <우결>이 뻥이라면 최근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고 있는 갖가지 과한 스킨십들은 한 마디로 말해 ‘선정성’의 극치다. 만일 드라마라면 연기에 대한 몰입을 통해 그런 정도의 스킨십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뻥이면서 과도한 스킨십을 해대는 건 너무 표피적인 본능을 건드리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마치 아직까지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남녀가 프로그램을 위해 내밀한 사적 접촉을 보여주는 일. 이건 수위의 차이일 뿐, 포르노그라피와 그리 다를 바가 없다.



그나마 이것이 중화되는 것은 가상이지만 ‘부부’라는 콘셉트가 있기 때문이다. 즉 부부라는 틀 안에서 일종의 상황극에 대한 몰입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에서의 그런 스킨십들이 허용된다는 점이다. 이 관점으로 보면 단지 뻥이기 때문에 진정성을 요구할 수 없고, 프로그램 바깥에서 다른 사람과 열애를 해도 무방하다는 얘기는 실제로 그럴 수 있지만 프로그램의 윤리적인 문제를 낳는다.

즉 <우결>이 그저 이런 열애설이 터질 때마다 그저 가상이니 넘어가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의 윤리성 문제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마음은 딴 데 있어도 상대방과 깊은 스킨십을 해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는 건(게다가 이건 대본도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해당 연예인의 연애관을 의심스럽게까지 만든다. 그렇다고 가상일뿐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으로 각서 비슷한 걸 쓰게 하는 것도 프로그램의 지나친 월권으로 다가온다.

왜 이런 딜레마가 생길까. 그것은 프로그램이 가상이라고 얘기하지만 그것이 대본 없는 리액션을 보여주는 것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직업이기 때문에 허용해주는 선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결>은 종종 그 선을 넘는다. 그리고는 가상이지만 진정성 있는 만남이라는 포장을 덧씌운다. 그래야 선을 넘는 것에 대한 윤리적인 수긍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허지웅이 ‘뻥 프로’라고 대놓고 얘기했지만 <우결>은 ‘뻥 프로’가 되는 순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가짜인지 진짜인지를 알 수 없는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프로그램에 힘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또한 거짓이라면 그 아슬아슬한 장면들을 연출한 당사자들의 이미지는 바닥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음도 없으면서 즐기듯 상대방에게 뽀뽀를 하거나 몸을 어루만지는 행위는 자칫 다른 뉘앙스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결>에 대한 시청자들의 진정성 요구는 그런 부정적인 뉘앙스가 진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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