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을 압도한 ‘삼시세끼’만의 특별함

[엔터미디어=정덕현] 13.34%(닐슨 코리아). tvN <삼시세끼>의 이 기록은 이젠 지상파에서도 좀체 얻기 힘든 시청률이다. 케이블 채널로서는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동시간대 지상파 금요 예능의 최강자인 SBS <정글의 법칙>을 압도했다는 건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일이다. <정글의 법칙 with 프렌즈>가 15.7%부터 시작해 13.8%, 12.7%, 급기야는 11.8%까지 떨어졌던 반면, <삼시세끼> 어촌편은 9.68%로 시작해 10.41%, 10.55%, 12.38%, 13.34%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런 시청률이 특히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삼시세끼>가 기존 예능의 흐름과는 다른 새로운 트렌드를 열었다는 점 때문이다. <삼시세끼>는 기존 미션 중심의 예능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제작진이 제시하는 미션과 도전과제가 프로그램의 동력이던 예능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겨놓는 것을 새로운 예능의 덕목으로 만들었다.

물론 이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도 제작진의 개입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개입을 최소로 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만재도라는 어촌 환경에서라면 사실 무언가를 자꾸 지시할 이유 자체가 없을 것이다. 그 곳은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그 흔한 구멍가게조차 주인이 툭 하면 집을 비워 물건을 사기가 힘든 곳이 만재도다. 그러니 내버려둬도 삼시 세 끼를 챙겨먹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러운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몇 회를 지나면서 나영석 PD가 나서서 어묵탕을 만들라거나 프렌치토스트와 오렌지 마말레이드 혹은 매운탕과 생선구이로 한 끼를 해결하라고 굳이 미션을 던지게 된 것은 극한주부 차승원과 돼크라테스 가장 유해진이 너무 삼시 세 끼를 잘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똑같은 것만 반복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다. 그것은 시청자들도 원치 않는 일일 게다. 나영석 PD의 개입은 그래서 제작진의 개입이라기보다는 새로움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제시된 요구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나영석 PD는 이제 제작진이면서 동시에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이기 때문에 이런 개입 또한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미션을 제시하던 시절의 예능 프로그램이 주로 보여줬던 것은 출연자들의 ‘생고생’이었다. 나영석 PD가 이끌었던 <1박2일>은 대표적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1박2일 동안 예능을 한다는 것도 연예인들에게는 낯선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노숙을 하고 끼니를 굶고 얼음물과 바다에 입수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생고생은 시청자들의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고생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조금은 식상해진 틀이 되어버렸다. 자극도 반복되면 지치기 마련이다. <삼시세끼>는 어찌 보면 <1박2일>의 연장선처럼 보였지만 이 미션 생고생의 틀을 벗어던짐으로써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다. 그것은 누구나 그런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고 싶은 ‘워너비 예능’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산골에 어촌에 콕 박혀 도시를 잊어버린 채 오로지 삼시 세 끼를 해먹는 일은 복잡한 도시의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는 하나의 힐링 프로그램이 되어도 좋을 법한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구조적인 틀은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로 나영석 PD가 가면서 운용할 수 있게 된 시즌제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제는 여러 가지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먼저 차승원이나 유해진, 이서진이나 옥택연 같은 출연자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건 결국 시즌제라는 틀 덕분이다. 지상파처럼 1년이고 2년이고 계속해서 예능으로 하라고 한다면 과연 이들의 출연이 가능했을까.



시즌제는 또한 무한 반복되는 지상파 예능과는 달리 휴지기를 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제작진뿐만 아니라 무한반복으로 자칫 지루해지고 식상해질 수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휴식의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일정 횟수로 마무리되어야 하는 시즌제 예능은 그만큼 완성도도 높다는 점이다. 이 점은 현재 가뜩이나 높아져 있는 시청자들의 눈높이에는 반드시 필요한 것일 게다.

되도록 미션을 버리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 생고생이 아닌 워너비 예능을 보여주는 것, 또 일정 기간을 두고 시즌으로 마무리되는 예능을 한 것. 이 세 가지는 아마도 <삼시세끼>가 시청자들의 새로운 기호를 읽어냄으로써 기록적인 시청률을 낸 원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제 하나의 예능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이미 지상파의 많은 프로그램들이 <삼시세끼> 나영석PD의 이 트렌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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