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라이프 ‘나 혼자 산다’, 왜 함께할 때 더 빛날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MBC <나 혼자 산다>는 제목처럼 혼자 사는 이들의 일상을 관찰카메라로 세세히 보여주는 게 프로그램 콘셉트다. 그래서 초창기만 하더라도 각자의 집안에 설치된 카메라가 그들의 혼자 사는 삶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에 천착하곤 했다. 가끔씩 무지개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포를 푸는 장면들이 등장했지만 무엇보다 핵심은 각각이 혼자 사는 여러 모습들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나 혼자 산다>는 혼자의 모습보다는 여럿이 함께 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고 있다. 강남의 집을 찾아온 태진아와 대부 김용건이 함께 떡국을 끓여먹고, 소녀시대의 ‘태티서’처럼 ‘김태강’을 만들자는 태진아의 제안을 내기로 세 사람이 고스톱을 치는 모습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런 새로운 이야기는 향후 이것이 현실화됐을 때 <나 혼자 산다>의 리얼리티를 강화시켜주면서 동시에 또다른 흥미로움을 선사할 가능성이 높다.

설날 전현무가 그의 집을 찾아온 친척들과 조카들 때문에 기진맥진한 하루를 보내게 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만일 그 혼자라면 이런 시끌벅적함은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조카들을 데리고 마트에 갔다가 놀이터에 들러 오는 그 짧은 여정(?)에도 전현무는 정신을 쏙 빼놓은 조카들 때문에 급 피곤해진 얼굴이었다. 이런 장면은 혼자 사는 삶이 때로는 함께 하는 삶보다 편안하다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방송으로는 이 괴로운 전현무의 모습이 더 흥미진진해지지만.

육성재와 함께 산천어 축제를 찾아간 육중완의 이야기 역시 두 사람이 함께 해서 더 재미있는 하루를 보여줬다. 같은 육씨로서 촌수를 따져보던 두 사람은 결국 육중완이 육성재의 아재가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런 사실은 그들의 짧은 여행을 통한 관계를 더 훈훈하게 만들어주었다. 낚시로 산천어를 한 마리씩 잡고, 맨손으로 잡는 체험에서 물이 차가워 들어가지도 못하는 육중완과 달리 세 마리를 척척 잡아낸 육성재가 함께 산천어 요리를 먹는 모습은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이면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두 사람의 마치 브로맨스 같은 관계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한 번도 자유롭게 자신을 놓고 놀아본 적이 없다는 육성재는 누구든 쉽게 친해지는 특유의 친화력을 가진 육중완과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설 특집의 성격이 강해서 혼자 사는 모습보다는 여럿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줬을 것이다. 하지만 싱글 라이프를 조명하고 실제로도 혼자 사는 삶을 많이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가 오히려 이렇게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해 더 재미와 의미를 발견해낸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즉 <나 혼자 산다>는 싱글 라이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사실은 그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을 낱낱이 찍어 보여주는 것이 그 실체에 가깝다. 하지만 일상을 그냥 아무런 포커스 없이 바라보는 것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래서 혼자 사는 삶을 중심으로 여러 일상들을 조명함으로써 오히려 그 일상의 특별함을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다.

늘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삶은 그 함께함의 소중함을 오히려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혼자 사는 삶이 어느 날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가졌을 때 다가오는 그 감흥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 혼자 산다>가 왜 혼자 사는 삶을 표방하면서도 함께 할 때 더 흥미진진해지는가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혼자보다는 그래도 여럿이 낫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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