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애니멀즈’, 골칫거리로 남지 않으려면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애니멀즈>의 끝없는 추락은 MBC <일밤>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물 예능이라는 기대감을 한껏 갖고 출발했지만 첫 회 4.7%(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애니멀즈>는 그 후로 추락을 거듭해 이제 3.3%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는 일요일 저녁 예능 최저치다. 그나마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17%로 껑충 뛰어올랐다가 차츰 떨어졌지만 그래도 15%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일밤>의 체면을 세우고 있지만 <애니멀즈>는 여러모로 <일밤>의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진짜사나이> 여군특집도 끝이 난다. 새로운 출연진들로 재포진한 <진짜사나이> 본편이 준비되고 있지만 그것이 여군특집만큼의 성적을 낼 지는 역시 미지수다. 여러모로 여자 연예인들의 군대 체험이 갖는 힘은 <진짜사나이>가 지금껏 해온 그 어떤 아이템들보다 큰 힘을 발휘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 하면 여군특집의 끝과 함께 <일밤>은 곤혹스러운 추락을 경험할 지도 모른다.

<일밤>은 그간 큰 화제를 이끌어왔던 <아빠 어디가>를 과감하게 끝내고 <애니멀즈>를 기획했다.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전까지 <애니멀즈>에 대한 기대감은 꽤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tvN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염소 잭슨이나 밍키, 산체 같은 귀요미 동물들이 예능 프로그램 새로운 주인공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던 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회가 방영된 후 이런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이어졌다.

‘곰 세 마리’와 ‘OK목장’ 그리고 ‘유치원에 간 강아지’ 이렇게 세 편의 옴니버스로 구성된 <애니멀즈>는 그 구성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짧은 만큼의 압축도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특히 중국의 희귀한 세쌍둥이 팬더를 찾아간 ‘곰 세 마리’는 그 거창한 기획에 비해 보여줄 게 별로 없다는 것이 첫 회에 드러났다. 그나마 ‘OK목장’과 ‘유치원에 간 강아지’는 괜찮은 볼거리들이 있었지만 초반에 확실한 콘셉트를 잡아내지 못함으로써 시청자들을 이탈하게 만들었다.



안타까운 건 지금 현재 ‘OK목장’과 ‘유치원에 간 강아지’가 어느 정도 프로그램의 감을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OK목장’은 애초에 출연자들을 멘붕시키는 동물들과의 동거 콘셉트에서 살짝 벗어나 목장에서의 목가적인 삶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힘겨운 노동의 연속이긴 하지만 그래도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난 후의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비오는 날 빗소리가 들려오는 목장의 풍경은 조금은 피곤해도 처연해지는 정서를 잡아내기도 했다.

또한 ‘OK목장’은 새롭게 태어난 염소 새끼들에 대한 출연자들의 무한 애정을 보여주거나, 또 돼지 신통이와 방통이의 어미로 착각하고 있는 산쵸의 이야기처럼 동물 캐릭터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유치원에 간 강아지’는 기획적인 면에서는 유치원생 아이들과 강아지의 교감을 보여주면서 여기에 서장훈이나 돈 스파이크 같은 거구들을 투입한다는 사실 자체가 괜찮은 그림으로 느껴졌지만 좀 더 정교하고 세세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함으로써 초반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코너 역시 제 2의 윤후라고 불리는 ‘윤석’이라는 캐릭터의 탄생이나 유기견 남매의 이야기 같은 좀 더 다양한 교감이 주는 정서를 끌어안으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쉬운 건 이런 계속된 정비를 통해서 자리를 잡고는 있지만 초반에 콘셉트를 확실히 포지셔닝하지 못함으로써 이탈한 시청자층이 다시 모여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 끝난 후, <애니멀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칫거리가 될 위험성이 있다. 이제 가닥을 잡은 듯 하지만 지금 <애니멀즈>에 필요해진 것은 무언가 시청자의 이목을 확 끌어들일 수 있는 확실한 이슈다. 그것이 없다면 자리를 잡아도 주목을 못 받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