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가족’의 갈등, 꼭 대놓고 보여줘야 할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KBS <용감한 가족>은 해외의 한 곳에 정착해 살아가는 가상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족 설정은 가상이지만 함께 며칠을 지내며 현지에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점점 진짜 같은 가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엄마 역할의 심혜진과 아빠 역할의 이문식, 삼촌 박명수는 예쁜 가상 아내 박주미까지 얻어 이번 정착기에 신혼부부 콘셉트로 나온다. 딸과 아들 역할은 설현과 민혁이 맡았다.

낯선 곳에서의 적응기는 여행과는 다르다. 여행이야 살 곳이 아니라 지나치는 곳이기 때문에 한때의 어려움이나 힘겨움도 피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정착해서 거기 사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살아본다는 건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캄보디아 톤레사프 호수의 수상가옥에서 지내는 건 화장실을 한 번 가는 것이나 씻는 일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이번 라오스의 콕싸앗 소금마을은 육지인데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고 있어 이전 톤레사프 호수의 수상가옥 정착기보다는 나아 보였다. 물론 소금을 만들어 살아가는 그들처럼 해보니 노동 강도가 보통이 아니라는 걸 금세 눈치챘지만.

하지만 이런 환경적인 것보다 더 힘겨운 건 어쩌면 함께 사는 사람들과 생겨날 수밖에 없는 크고 작은 갈등들이다. 이전 톤레사프 호수에서는 계란을 실수로 깬 박명수가 구박을 하는 장면이 나와 논란이 된 적이 있고, 화가 난 심혜진이 돈을 집어던지는 장면 또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 적이 있다.

이번에는 박명수의 가상아내로 새로 등장한 박주미와 심혜진의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서로 팽팽한 기운이 감돌더니 의도치 않게 말을 끊은 박주미에게 급기야 심혜진이 “너는 말을 뚝 끊고 가니?”라고 화를 내는 장면이 나왔다.



사실 이런 갈등 장면은 편집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용감한 가족>은 편집보다는 오히려 그 상황을 더 끄집어내는 쪽으로 이를 연출했다. 콕 집어 빨간 자막으로 심혜진이 던진 말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제작진이 가진 연출의 의도를 느낄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서 이 장면은 리얼하게도 다가올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이렇게 몇 차례 갈등을 일으켜온 심혜진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한 성격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는 몹시도 불편하게 느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제작진은 이것을 하나의 과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이전 톤레사프에서 박명수가 논란이 됐을 때도 제작진은 이런 갈등 요소들이 후에는 풀어지고 또 박명수의 진심이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방송이 나간 후 일단 터져 나온 논란은 적어도 다음 방송까지 일주일 동안 당사자에게는 힘겨운 시간을 만들 것이다.

가족은 갈등과 화해를 통해 그 관계가 공고해진다. 따라서 가상 가족을 콘셉트로 드러내면서 이런 갈등 요소들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전혀 리얼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리얼함이 때로는 출연자의 논란을 야기한다는 것은 조금 생각해볼 문제다. 그것은 이런 논란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제작진이 운용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이 있다면 그 회에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까지를 보여주는 편이 나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끝나는 마지막 부분에 이런 갈등 장면을 넣거나, 예고편에 살짝 보여주는 건 그래서 조금은 지나친 낚시가 아닌가 생각될 때가 많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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