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여고 탐정단’, 왜 동성애에 과거 접근법을 고수했나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지금까지 소수의 열성팬들에게만 인기를 얻었던 <선암여고 탐정단>은 지난 11회 방송에 두 여자 고등학생의 키스신을 넣으면서 갑자기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 화제는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 최초의 레즈비언 키스신'이라는 제목을 달고 국제적인 뉴스가 되었는데, 이 정도까지는 제작진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상되었던 부정적인 반응이 뒤따랐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반응 자체가 한없이 진부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무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진부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방향을 바꾸어 이 이슈를 다루었던 <선암여고 탐정단>의 문제점들에 대해 지적하기로 한다. 적어도 이 드라마의 제작진들은 비평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안 보신 분들을 위해 내용을 요약해보자. 선암여고에는 학교 불량 학생들을 고발하는 국화단이라는 비밀 학생 집단이 있는데, 이 집단이 몸캠 동영상이라고 올린 파일의 주인공은 알고 보니 같은 학교 친구와 목하 연애중이다. 탐정단은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다른 학생을 보호하면서 국화단을 막아야 한다. 의도는 좋다. 주제도 묵직하니 제대로 잡았다. 하지만 좋은 의도와 정확한 주제가 좋은 드라마를 만들지는 않는다. 이 에피소드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지독하게 고루하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동성애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떠오른 건 십여년 정도 되어간다. 여자동성애의 경우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가 꽤 오랜 세월 동안 프로토타이프가 되어 주었다. 문제는 이 프로토타이프가 2015년인 지금도 아직 개량되지 않고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의 문제점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1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은 많이 바뀌었다. 지금 고등학생들은 동성애 이슈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고 문화의 폭 역시 넓어졌다. 다시 말해 선택할 수 있는 드라마와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이다.



하지만 <선암여고 탐정단>은 여전히 과거의 접근법을 고수한다. 여전히 두 학생의 사랑은 꽃발 날리는 청순가련이고 (심지어 <여고괴담 2>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선암여고 탐정단 내에서 벌어지는 동성애 토론은 과연 2015년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나이브하다. 다시 말해 이들은 의도만 선할 뿐 지금 한국에서 살아가는 일반 청소년들이 어떤 아이들인지 전혀 모른다. 드라마 내용을 보면 이들은 아마 최소한의 인터넷 검색도 안 하고 전적으로 상상력에 의존했던 것 같다. 그 증거로 12회엔 이 이슈에 관련된 사람들이면 거의 몸서리치는 클리셰 대사 하나가 나온다. "나는 여자를 사랑한 게 아니라 그냥 그 아이를 좋아했을뿐이야" 어쩌구. 너무 자주 나와서 왜 이게 문제인지 설명하기도 귀찮다. 이런 대사를 읊은 게 이성애자 남자라고 상상해보라. 얼마나 위선적으로 들리는지 알 것이다.

<선암여고 탐정단>의 에피소드는 동성애라는 이슈를 꺼내 가시화했다는 데에서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지금은 의도와 선언만으로 모든 게 이해되는 시대가 아니다. 세상과 아이들은 빨리 변하며 이들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묘사와 해결책이 요구된다. 그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뭐다? 맞다, 클리셰 바깥의 세상이 어떤지 직접 들여다보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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