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재판을 요구한 서정희의 처절한 삶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서정희는 한 때 잘 나가던 연예인이었다. CF에도 자주 나왔고 방송에 나와 자기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며 유행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서세원과의 결혼 이후 그녀는 방송에서 잘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가끔 방송에 나올 때면 언제나 이 부부는 잉꼬부부로서 그려졌다. 그러니 대중들로서는 그녀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서정희가 서세원을 폭행 혐의로 신고하면서 공개된 CCTV 장면은 대중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서세원이 이미 여러 차례 사업에 실패하고 목사로서의 삶에서도 불미스런 풍문들이 나돌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CCTV에 보여진 서세원이 서정희를 복도에서 질질 끌고 다니고 엘리베이터에 태우는 충격적인 장면들은 이들의 결혼생활이 풍문 그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걸 드러냈다.

겉으로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듯 포장해 살아온 서정희. 그런데 그녀는 지금 이 쇼윈도 아내의 역할을 벗어던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즉 이런 사생활의 공개측면은 본인에게도 그리 득이 되는 건 아닐 수밖에 없다. 서세원 측 변호인은 사생활 침해와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공판을 비공개로 전환해 줄 것은 판사에게 요청했지만, 서정희 측은 오히려 공개 재판을 요구했다고 했다.

또한 이날 공판에서 나온 내용들을 통해 보면 지난해 5월에 벌어진 폭행 사건에서도 서세원은 “집에서 조용히 얘기하자”고 했지만 서정희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이야기하자”며 집 밖으로 나가려 그토록 애썼다는 사실이다. 서세원은 공인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려 했다는 것이고, 서정희는 죽음의 위협까지 받았기 때문에 공개적인 장소로 도망치려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사건이 터진 후에도 몇몇 방송에 나와 그간의 문제들에 대해 토로하기도 했다. 그녀는 일관되게 서세원과의 힘겨웠던 결혼생활을 공개하려 애쓰고 있다. 이번 공판에서도 서정희가 아내로서 살아온 32년에 대한 삶에 대한 증언은 충격 그 자체였다. 결혼 자체도 19살 때 성폭행 가까운 걸 당하고 수개월간 감금하다시피 하며 시작한 것이었고 그렇게 “32년간 결혼생활은 포로생활”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그녀의 증언대로라면 폭행은 이번이 한 번이 아니라 32년 간 지속적으로 가해졌던 것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는 웃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가장했던 것은 그나마 아이들의 엄마로서의 삶을 지켜내려 했고, 또 목사가 되게 하면 “모든 걸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던 그녀가 결국 공개적인 자리로 나오게 된 건 이제 더 이상 쇼윈도 안에서 버틸 수 있을 여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공판에서 “제가 남편이 바람 한번 폈다고 폭행 한번 했다고 여기까지 온 줄 아십니까”라며 “32년간 당한 것은 그보다 훨씬 많지만,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당시 생명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폭행이 살해의 위협까지 느끼는 수위에 올라있기 때문에 더 이상 버텨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세원측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상해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룸 안에서 목을 졸랐다든지, 이 사건의 전후 사정과 배경 등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상해를 하게 됐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상 참작 사유가 된다”는 주장이다. 과연 이 주장대로 서세원의 상해는 정상 참작이 가능할까.

어느 쪽 이야기가 진실인지는 본인들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한때 방송인이었고 한 사람의 여자로서 드러내기 힘든 치부까지 모든 걸 공개적으로 드러내려는 서정희의 몸부림에서는 그간의 처절한 삶이 묻어난다. 그녀가 쇼윈도를 깨고 나오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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