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균성·이규한, 기존 예능 대세들과 뭐가 다르기에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를 켜면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유재석, 김구라, 전현무 같은 예능 선수들 말고 몇 달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드라마처럼 게스트로 시작해 패널로 자리 잡는 등 특정 시기를 지배하는 연예인들이 있다. 게스트가 필요한 쇼라는 쇼와 인터뷰 매체마다 소개되고 이런 집중적인 노출에 대중이 단번에 질리지 않는다면 호기심을 넘어선 호감으로 발전한다. 우리는 이런 이들을 ‘대세’라고 부른다.

최근 예능에서 대세라 할 수 있는 인물이 두 명 있다. 강균성과 이규한. <무한도전><해피투게더><라디오스타> 같은 메이저 예능에서부터 <비타민><위기탈출 넘버원> 같은 인포테인먼트 콘텐츠, <세바퀴> 같은 중년을 위한 토크쇼는 물론 <나혼자 산다><진짜 사나이><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같은 관찰형 예능에서도 얼굴을 내비친다. 케이블이나 IPTV를 사용하는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다보면 3~4번은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둘은 <라스>를 통해 구름판을 밟았다는 점 등 비슷한 면이 있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또 다르다. 이 둘이 각기 대세에 오르게 된 전략과 매력을 살펴보면 나름 예능 대세의 법칙을 찾을 수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인식은 롱런을 위한 토대다. 알다시피 예능 대세가 예능 선수로 안착한 사례는 최근 강남 정도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고 선수 신분을 유지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세바퀴><라디오스타>와 <무한도전>을 거치며 대세로 굳건하게 자리 잡은 강균성은 대세로 뜰 수 있는 연예인들 중 가장 스탠다드하고 적용 범위가 넓은 유형이다. 그간의 커리어나 겉보기와 다른 엉뚱한 반전 매력이라는 신선한 이미지를 갖추고 있고, 성대모사 등의 개인기가 자판기처럼 누르면 바로 나온다. 노래도 되고, 개인기도 되고, 웃기는 춤도 춘다. 교회오빠 스타일의 독특한 토크도 되다보니 <비정상회담> 같은 진지한 토크쇼부터 <비타민>에서 머리감기는 법 시현까지 어느 예능이건 자신의 타석을 만들 수 있다.



이런 끼를 보고 있자면 연예인은 역시 연예인이다, 라는 탄복을 하게 된다. 범주를 나누자면 아이돌이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해 ‘싼티’ 이미지를 구가했던 조권이나 광희처럼 반전과 나름의 개인기를 갖추고 있으니 작가진이 특히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보여주기만으로 요즘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엔 부족하다. 대세가 되기 위해서 인간적인 호감이 받쳐줘야 한다.

강균성은 <라디오스타>와 <무한도전>에서 자신의 끼를 발산했다면 최근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출연해 오묘한 교회오빠 포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공략한다. 곱상하게 노래를 잘하는 가수로만 인식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다소곳한 단발머리로 ‘땅콩’ 포즈를 취하는 데 웃음 포인트가 있다. 삶의 목적과 사명을 논하고 우리 모두가 어느 누군가에게 하나하나 소중한 통로라고 조곤조곤 말하다가 킬미힐미급의 다중인격을 선보인다. 개인기를 넘어서 그런 그의 캐릭터에 사람들은 빠져들고 있다.

반면 이규한은 에피소드를 갖춘 입담꾼이다. 윤종신이 <라스>에서 그를 발굴한 건 분명 입담 때문이었겠지만 자신의 위치에 솔직하고 소탈한 판단,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태도는 시청자들과의 거리를 없애는 데 충분했다. 이규한의 입담은 분명 재기발랄했지만 사람들이 꽂힌 스토리는 온라인 카페 ‘디젤매니아’에서 옷 중고거래에 매진하는 연예인답지 않은 그의 삶에 있었다.



관찰형 예능 시대의 스타다. 그렇다보니 강균성만큼이나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지만 자신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프로그램과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이 나뉜다. 입담가이자 공감 코드로 다가온 이규한이 족구를 하는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할 일이 없다. 에피소드식 토크 위주로 진행되는 <해피투게더>에서 맹활약을 했지만 이것만으론 역시 부족하다. 오랜 기간 많은 대세들이 명멸했던 건 바로 고갈이 될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규한에 대한 호감은 나이에 맞지 않은 장난기와 옷에 대한 열정으로 나타나는 순수함이다. 아침에 일어나 강남 편집샵들을 둘러보고, 중고 거래를 하고, 여자 친구와 격의 없는 통화를 나누는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각인이 되었고 바가지 머리를 하고 학교로 돌아간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와 <진짜 사나이>에서 장난기가 꽃이 피고 있다. 철들지 않은 누군가를 보며 사람들은 즐거움을 느낀다. 묘한 위안이다. 강남이 인기를 얻은 것과 같은 지점인데 리모델링이 안 된 낡은 단독주택에 혼자 살면서 이모, 이웃,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그의 순수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에 가까운 관심을 보였다. 특이한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을 갖게 되고, 연예인이지만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산다는 공감대에서 호감이 샘솟았다.

하지만 우리도, 그들도, 방송가의 사람들도 다 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나 그랬든 다른 신선한 누군가에 다시 그 관심을 돌릴 것이라는 것을. 그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호기심만으로 대세가 지속되는 경우는 없다. 다만, 얼마나 지속가능하게 만드는지 자신의 매력을 질리지 않고 일상의 친구처럼 다가갈지가 롱런여부의 가늠쇠다.

이 둘은 기존 예능 대세들과 달리 반전 매력을 넘어선 자신의 모습,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확인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다. 뜨거운 온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선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매력이 무엇을 바탕으로 하는지 잘 판단하는 것과 동시에 소비되고 있는 자신의 색깔을 연하게 빼야 한다. 여전히 깐족거리고 촐싹거리는 전현무가 비호감 이미지를 진행능력으로 지워버렸듯 말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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