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유재석·김구라가 맞붙는 무대 늘려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유재석과 김구라가 출연하는 SBS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는 캐스팅 단계에서 이미 대작이었다. 착하고 바른 유재석과 직설의 김구라. 요즘과 같은 예능 빅뱅의 시기, 자신의 이름을 간판으로 삼을 수 있는 거의 유이한 예능 MC가 한 프로그램에서 만났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둘은 이론의 여지가 없이 현재 예능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MC다.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강호동과는 영향력이 다르고, 현재 가장 활동적인 MC인 신동엽이나 전현무와는 또 달리 자신의 색을 훨씬 더 많이 투영할 수 있거나 하는 프로그램만 맡는다. 유재석이 나온다, 김구라가 나온다는 한마디 설명만 들어도 대략 어떤 프로그램이고 재미가 있을지 그려질 정도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굴러가는 태평성대는 이제 지나갔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이들이 예능의 꼭대기에 버틴 지 꽤 긴 시간이 지났다. 대중이 먼저 질리기 전에 새로움을 선보여야 할 때였다. 그런 시기에 이 둘이 만났다. <동상이몽>이 어떤 프로그램이든 간에 이 둘의 조합이 어떻게 꾸며질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사춘기 일반인 10대 자녀와 부모의 고민과 소통 문제를 관찰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고 해결해간다는 프로그램 기획은 그 다음 관심사였다.

다행이 <동상이몽>은 첫 방송에서 재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안녕하세요>의 사춘기 버전이고, <유자식 상팔자>의 일반인 버전이다. 캐릭터가 남다른 일반인 출연자가 출연해 집안에 적채된 문제를 관찰카메라를 통해 함께 들여다보고 부모와 자식 간에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고 열어가게 돕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이 프로그램만의 장점과 새로움은 영화 <라쇼몽>처럼 부모와 자식의 시점으로 나눠서 같은 공간, 같은 사건을 나눠서 본다는 거다. 거기서 관찰의 묘미가 나온다. 오해하며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 평소 볼 수 없었던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아픔과 갈등을 해소하거나 웃음으로 감싼다. 따뜻하고 착한 공감대가 열선처럼 깔려있다.



대진도 매우 좋다. 화요일 밤은 연예인의 학교생활에 관심이 별로 없는 시청자들에겐 완벽하게 열려 있는 시간이다. 보통의 예능들과 추구하는 재미가 다른 <우리동네 예체능>이 동시간대 예능 맹주였으니 뭐 말다한 거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꿈을 꾼 걸까. 유재석과 김구라의 조합은 기대한 바가 있었으나 첫 회에서 그 부분에 대해선 아무런 새로움을 찾을 수 없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게 된 많은 사람들은,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마케팅은 유재석과 김구라의 만남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 둘은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도, 핵심도, 웃음을 사냥하는 골게터도 아니었다. 출연자의 역할은 관찰 카메라를 보고 한마디씩 거들거나 질문하는 역할에 한정되었다. 사이즈 자체도 그렇고 구조적으로도 그렇고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왜 두 개나 들고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동상이몽>은 이 둘 모두 MC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적은 역할을 부여받은 프로그램이다. 특히 김구라는 공동MC도 아니고 관찰영상 보면서 짧은 코멘트를 하거나 질문하는 코멘터에 가까웠다. 그 외 진행은 유재석의 몫이다. 그러다보니 <비정상회담>에 게스트로 나갔던 것보다 할 일이 적었다. 예전 <세바퀴>의 이경실 자리인데, 김구라는 주도권을 갖고 토크를 해야 재밌는 사람이지 잠잠하게 있다가 차례가 오면 펀치력을 과시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영상을 봐야 하니까 유재석도 딱히 바쁘진 않다. 대신 먼저 웃으면서 모두를 기분 좋고 웃게 만드는 유느님의 염력을 바탕으로 스튜디오의 기운을 살린다. 그리고 웃음은 김구라나 지석진에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라는 식의 타박과 달래는 포즈로 뽑아내려 했다. 스스로 나서는 것을 자제하고 박명수나 권오중 같은 펀치력 있는 캐릭터를 타박하고 다독이는 한편, 게스트와 일반인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찾아주는 깔끔한 진행 스타일과 패턴에 김구라와 지석진을 끼워 넣고 똑같이 한 것이다.

이건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고, 오히려 스튜디오에서 유독 약해지고 있는 유재석이 고민해봐야 할 모습이다. 이것은 <나는 남자다>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해피투게더>가 너무 뻔해지게 된 바로 그 패턴이다. 일반인 출연자들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하는 따뜻함과 세련미를 갖추고 있지만 ‘착한 선’과 진행 패턴이 너무 명백해서 진행이 유려할수록 재치와 웃음을 잃게 된다.

그래서일까. <동상이몽>은 재밌지만 뭔가 부조화도 한두 군데서 느껴진다. 사춘기 자녀와 겪는 갈등은 실로 복잡하고 전문적인 해결이 필요한 문제인데 전문가의 조언 없이 관찰 카메라를 통해 웃음과 감동이란 당의정을 씌워 해결하겠다는 것도 조금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부분이고, 최고의 예능 선수 둘을 데려다 놓고 서포트 역할 맡기는 것도 어색하다.



얼마 전 우승을 차지한 OK저축은행배구단을 예로 들자면 검증이 안 된 일반인 출연자가 용병 시몬 역할을 맡고, 누구나 다 그 공격력을 인정하는 유재석과 김구라가 공격 대신 정성현과 송희채의 리시브라인을 맡아 팀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분명 역할 재조정이 분명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모습은 그 다음 문제다.

따라서 <동상이몽>은 앞으로 두 가지 관점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프로그램 자체가 웃음을 넘어서 비슷한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는지, 그리고 유재석과 김구라가 같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한다는 수준을 넘어서 새로운 콤비로 탄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이다.

첫 번째 문제에서의 보완이나 선택은 충분히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 새로운 예능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유재석은 진행 패턴에 변주를 줘야 할 것이고, 김구라는 유재석의 진행패턴을 깨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둘이 맞붙는 무대가 늘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포맷 자체가 또 너무 탄탄하다. 이 둘의 조합에 잔뜩 기대했던 시청자들이 당황하고, 프로그램에 대해 별 말이 없는 이유다. 이 상황을 어떻게 조정하고 달라질지가 사춘기 집안 문제보다 더 궁금해진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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