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박명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할 줄이야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왜 KBS <용감한 가족>은 이번 라오스편에 박주미를 투입해 박명수와 가상 신혼부부 커플을 꾸몄을까. 리얼을 추구하는 요즘 경향에 가상 신혼부부 설정은 무리수처럼 보였다. 그래서 박명수는 자주 아내를 언급하며 박주미가 다가오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차츰 억지로 설정되었던 그 관계가 조금씩 녹아들고 마치 진짜 부부처럼 살가워지는 과정은 의외의 재미를 선사했다.

그것은 상황극이 주는 재미가 아니라 관계의 변화가 주는 재미다. 심혜진과 갈등하다 눈물을 터트린 박주미를 보고는 그녀를 챙기려 노력하는 박명수의 마음은 진짜 부부가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었고, 소금공장에서 하루 종일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 역시 그것이 가족을 위해서라는 마음이 담겨지면서 진정성을 느껴지게 했다.

어색하지만 가족이 외식을 나간 사이 라면을 끓여 놓고 한껏 신혼의 분위기를 내는 장면에서 박명수는 박주미에게 점점 빠져드는 모습을 상황극으로 연출했다. 그것은 누가 봐도 상황극이지만 그 안에서도 조금씩 박주미에 대한 호의가 느껴졌다. 상황극에서 시작해 함께 살아가며 조금씩 진짜 관계로 변화해가는 것. 바로 여기에 <용감한 가족>의 핵심적인 재미가 있었다.

박명수-박주미 가상커플의 투입은 이 <용감한 가족>이라는 유사가족을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효과도 불러왔다. 즉 박명수와 박주미의 누가 봐도 어색해 보이는 가상 신혼부부 설정은 오히려 그 바깥의 관계설정들을 진짜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착시효과를 주었다는 점이다. 심혜진과 이문식 그리고 민혁과 설현은 박명수와 박주미의 가상관계를 통해서 더 진짜 같은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과정에서 박명수의 새로운 면모들도 드러났다. 그저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캐릭터였던 박명수는 때로는 박주미를 살뜰히도 챙기는 자상한 면을 보여주기도 했고, 의외의 남자다운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설현은 삼촌 박명수의 이런 다양한 면들을 언급하며 그것이 ‘명므파탈’의 이유라고 했다. 이제 파일럿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러 박명수의 이런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유재석이 10여년 전 박명수에게 제2의 전성기를 선사하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다소 과장을 보태자면 박명수에게 박주미는 그의 새로운 매력을 끄집어내어준 또 한 명의 유재석인 셈이다.

박명수와 박주미가 어색하게 시작해 차츰 진짜 부부 같은 관계로 발전해가는 걸 보여준 것처럼, <용감한 가족>의 유사가족은 프로그램이 끝날 지점에 이르러서는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을 주었다. 또 마지막 날 동네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십시일반 음식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이 지극히 이질적인 외부인들이 콕싸앗 마을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소똥을 사주던 이웃, 소금공장을 오가며 들렀던 가게의 주인, 경운기 조작을 가르쳐주었던 청년 등의 현지인들이 마치 이웃처럼 다가오게 한 건 이 프로그램이 가진 최대의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냥 한 번의 실험으로 끝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 <용감한 가족>이다. 이제 겨우 이 가족은 진짜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파일럿은 과연 정규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간 정이 들어버린 이 <용감한 가족>. 이대로 보내기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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