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예원 감싸기, 혹시 지능적 안티는 아니죠?

[엔터미디어=정덕현] 편집은 없었다. MBC 예능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촬영 현장에서 이태임과 벌어진 욕설 반말논란으로 인해 그토록 대중들이 거센 항의와 하차를 요구를 했음에도 <우리 결혼했어요> 측은 예원의 촬영 분량을 그대로 내보냈다.

이미 논란 이전에 찍어 놓은 그 촬영분량에서 예원은 헨리에게 프러포즈를 받고 기습뽀뽀를 당하는 등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헨리는 생일이 두 달 빠르다는 이유로 예원에게 ‘오빠’라 불리기를 요구했고, 예원은 헨리의 소원대로 오빠를 연발하며 달달한 관계를 이어갔다.

한없이 설레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 하지만 이미 이태임과 벌어졌던 욕설과 반말 동영상을 본 시청자들에게 그 모습이 진정성 있게 다가올 리 없었다.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건 그래서다. 잘잘못을 떠나서 <우리 결혼했어요>는 굳이 왜 시청자들의 불편을 감수하려는 것일까.

이전에 찍어놓은 분량이지만 그런 모습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방영되는 건 예원에게도 결코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이번 논란으로 빚어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씻어낼 수 있을 거라 판단할 수 있었겠지만, 이미 생겨난 이런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커질 공산도 크다. 그런 일을 겪고도 밝은 얼굴로 웃는 모습을 어떻게 시청자들이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정면 돌파는 그 불똥이 고스란히 주변으로도 튄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헨리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인물이지만 예원과 이런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이상한 인물로 비춰지게 되어버렸다. 이미 과거에 찍은 방송분량은 그렇다 치고 만일 강행한다면 이제 앞으로 찍을 분량에서 헨리가 가질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아무 일 없는 듯 지나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그 사안을 끄집어내기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상 결혼이라는 틀을 통해 인물에 몰입시켜 일종의 대리경험의 묘미를 살리는 게 핵심인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몰입과 대리경험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대중들의 뜻에 반하는 이러한 강행 결정은 프로그램의 소통 문제로 이어진다. 요즘은 프로그램의 완성도나 재미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게 대중들과의 소통이다. 이미 불거진 사안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 표명 없이 독불장군식으로 일방적 결정을 하는 프로그램을 대중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MBC는 그간 대중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많은 문제를 만들어왔다. 시사와 뉴스는 예전만큼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고 교양은 아예 그 파트를 없애버리는 무리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토록 갖가지 논란과 징계에도 불구하고 <압구정 백야> 같은 드라마는 더더욱 막장스러운 전개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나마 예능이 MBC를 대중들과 연결해준 고리였다. 하지만 이번 <우리 결혼했어요>의 결정은 상당 부분 이 연결고리에도 흠집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무리수를 왜 굳이 <우리 결혼했어요>는 감수하려는 것일까. 혹시 이 정도 문제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적이 안타깝고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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