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보다 자극에 주력, ‘앵그리맘’ 추락의 이유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의 시청률이 갈수록 하락세다. 첫 회에 7.7%(닐슨 코리아)로 시작해 2회에 9.9%를 기록해 상승세를 타는 것 같았지만 이내 뚝뚝 떨어져 7회에는 7.4%까지 추락했다.

2회에 시청률이 급등했다는 것은 이 드라마의 초반 전개가 꽤 시청자들에게 기대감을 주었다는 방증이다. 즉 학교폭력을 당한 딸을 위해 엄마가 다시 학교로 들어간다는 설정이나 그 엄마가 한때 ‘전설의 주먹’이었다는 사실은 기묘한 판타지를 만들었다.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는 여러모로 자식을 가진 부모세대나 젊은 세대들 모두에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들은 더욱 그렇다. 기득권인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만 더 큰 고통을 겪게 되는 시스템의 부조리가 드러나는 <앵그리맘>의 초반에는 충분히 그 이야기만으로도 공분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 심각한 사안을 다룸에 있어서 그다지 진지한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기조에 코미디적인 접근을 깔아놓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극의 몰입도는 희석되기 마련이다. 엄마인 조강자(김희선)와 딸 오아란(김유정)이 함께 학교를 다닌다는 설정이나, 그 엄마의 친구 조폭 한공주(고수희)가 강자의 엄마 행세를 하는 설정이 그렇다.

이것은 드라마가 과하게 무거워지는 걸 막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그리는 학교 폭력은 거의 조폭 드라마에 가까운 수준이다. 학교 재단은 비정상적인 인물들로 넘쳐난다. 이사장은 과도한 폭력성향을 보이고, 교사는 학생을 임신시키고 심지어는 죽음에까지 몰아넣는다. 학생은 조폭의 손아귀에 붙잡혀 꼭두각시 같은 삶을 살아간다. 이런 과한 설정들이 시청자들을 공감시킬 수 있을까.

이것을 공감시키려면 드라마는 더 진지해져야 할 것이다. 왜 이 학교 폭력 문제를 드러내고 있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며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명쾌한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이런 자극적인 설정들의 백화점식 나열은 자칫 자극을 위한 자극으로만 흘러갈 위험성이 있다.

<앵그리맘>이 만일 이 시스템적인 부조리를 제대로 고발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좀 더 정교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단선적인 선악구도나 엄마의 마음에 정의를 덧붙여 판타지화 하는 정도로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렵다. 적어도 이런 정도의 무게감을 가진 소재를 가져왔다면 그것을 소화해낼 만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거기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앵그리맘>은 엔딩에 OST로 빅밴드 재즈 장르의 음악을 집어넣고 있다. 경쾌한 리듬의 이 음악은 사실 이 드라마가 가진 소재와는 엇박자다. 심각한 학교 폭력의 세계를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이 경쾌한 엔딩 음악을 듣게 되면 조금은 어리둥절해진다. 이것은 어쩌면 이 드라마의 학교 폭력을 다루는 접근법이 너무 경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엇박자는 다분히 의도된 것이지만 그것이 과연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줄 것인지는 의문이다. 공감이 사라지고 나면 남는 건 자극과 판타지뿐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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