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만의 매력 제대로 살린 토크 파이터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이것이 MBC <라디오스타>가 가진 매력의 진수다. 연예인 토크쇼 트렌드가 이미 저물었다고 해도 <라디오스타>의 이 쉴 틈 없이 치고 박는 토크의 상찬은 여전히 팔팔한 느낌을 준다. ‘앵그리 피플-화가 난다’ 특집에 출연한 김흥국, 김부선, 이훈, 광희의 조합은 <라디오스타>만의 펄떡펄떡 뛰는 거침없는 토크의 맛을 살려냈다.

‘난방열사’라는 칭호로 불리는 김부선은 어찌 보면 그 부담스러운 호칭조차 웃음의 소재로 내놓았다. 이제 ‘김부선법’이 만들어질 지도 모른다며 자화자찬으로 웃음을 만드는 김부선에게 김흥국은 “싸움질 그만 좀 해라”고 말하며 대립구도를 만들었고 그러자 김부선은 김흥국이 자기 카페에 스님을 데리고 술을 마신 에피소드를 마구 털어놔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김흥국은 김부선에게 “방송에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할 말”이 있다며 김부선을 나무랐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몰아세웠다. 김부선이 토크의 공격수로 나섰다면 김흥국은 노련한 수비수 같았다. 적당히 투덜대며 받아주다가도 자신에게 기회가 오면 한 마디씩 툭툭 던져 넣는 것으로 이야기를 재밌게 이끌었다.

김흥국과 김부선이 너무 앞에서 치고 나가자 MC들은 역할 자체가 없어져 질문지를 대거 버리는 상황에 이르렀고 같이 나온 이훈과 광희는 그들의 그림자에 가려져 버려 토크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래도 한 번씩 주어지는 토크 기회에 이훈과 광희는 저마다의 자기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주었다. 이훈은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나왔는데 자꾸 자기 사업 망한 이야기만 하고 또 과거 합의금으로 1억이나 나갔던 에피소드를 들려주게 되면서 투덜댔고, 광희는 <무한도전> 식스맨이 되고 싶다는 갈망을 노래에까지 담아 들려줬다.



김구라는 김흥국의 ‘많이 뛰지는 않는’ 축구 스타일을 살살 건드리며 이야기를 부추기는 노련함을 선보였다. 거기에 대해서도 김흥국은 “많이는 안 뛰어도 할 건 다 한다”며 물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기 나이의 ‘체력 안배’를 얘기해 웃음을 주었다.

흥미로운 건 김흥국과 김부선이 대외적으로는 극보수와 극진보로 이미지화되어 있지만 두 사람이 의외로 잘 어울리고 서로 티격태격해도 괜찮을 정도로 가깝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과거 ‘호랑나비’가 진보적인 음악이라고 얘기하자 자신은 ‘극보수’라고 얘기해 웃음을 주었던 그다(물론 이 이야기는 축구 광팬으로서 정몽구 회장을 염두에 둔 것이었을 게다).

사실 각자의 성향은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성향의 차이가 관계 자체를 구분 짓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김흥국과 김부선의 치고 박는 이야기 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라디오스타>가 그간 끝없는 토크쇼의 위기설 속에서도 버텨내게 만드는 힘의 원천일 것이다. 무엇이든 토크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심지어 치고 박고 싸우는 듯한 이야기의 공방이 이어지지만 바로 그런 과정 자체가 흥미롭고 때로는 이질적인 성향도 하나로 묶어내는 소통의 물꼬가 된다는 걸 <라디오스타>는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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