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 킴이 바꾼 ‘정글의 법칙’의 새로운 변화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SBS <정글의 법칙>에 유명 셰프 레이먼 킴이 합류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이것이 또 하나의 트렌드 따라 하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정글의 법칙> 인도차이나편을 보니 그의 투입은 그간 너무 패턴에 빠져 있는 건 아니냐는 이 프로그램이 내놓은 야심찬 변화의 하나라는 게 분명해졌다. 정글이 셰프 한 명의 투입으로 이토록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간 <정글의 법칙>을 떠올려보라. 공복과 굶기는 이 프로그램의 공기와 같은 것이었다. 그 절실한 배고픔 속에서 물고기를 잡고 열매를 따는 출연자들의 면면들은 이 프로그램만이 가진 ‘생존의 풍경’을 그려냈다. 그 생존의 풍경이 전제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하는 한 끼 식사와 잠자리가 특별하게 다가왔던 면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존의 분위기는 초반의 참신함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면서 식상해진 면이 있다. 레이먼 킴 같은 요리사의 투입이 주목되는 건 이 식상한 패턴을 그의 존재 자체가 깨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에 각종 항신료들이 허용된 것은 레이먼 킴이라는 정당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김병만이 말했듯 레이먼 킴이 등장하는데 향신료를 허용하지 않는 건 그의 캐릭터를 온전히 드러낼 수 없는 일이다.

레이먼 킴은 자신이 가져온 향신료와 갖가지 요리 도구들을 이용해 이른바 ‘정글 쿡방’의 새로운 면을 선보였다. 그는 그간 <정글>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강황 양념으로 볶아낸 생선 볶음이나 카다멈 게죽, 카사바 맛탕 같은 놀라운 요리들을 선보였다. 현지에서 구한 식재료들이 셰프의 손을 거치자 새로운 음식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레이먼 킴이라는 셰프의 등장으로 인해 <정글>의 느낌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 생존이 전면에 내세워졌던 <정글의 법칙>은 그 공간이 버텨야할 어떤 곳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마치 군대 생활을 하듯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을 손꼽아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 그 공기에 묻어나고 있었다.

레이먼 킴이 투입된 <정글의 법칙>은 버텨야하는 공간으로의 정글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한 낮의 사냥과 과일 채취는 그저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저녁에 레이먼 킴에 의해 변신된 요리를 기대하게 만드는 즐거운 일이 되었다.

흥미로운 건 레이먼 킴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이번 <정글의 법칙>에서 김병만의 존재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정글의 법칙>이 오로지 김병만에게 집중되어 있어 그 보여줄 것도 패턴화된 한계를 레이먼 킴이라는 존재가 넘어서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김병만은 <정글의 법칙>에서 절대적인 존재지만, 시청자들은 가끔씩 패턴화된 그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보기를 원한다.

레이먼 킴이 만든 <정글>의 새로운 느낌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게스트들이 들어와도 결국은 김병만의 이야기 속에 복속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 이것은 어쩌면 <정글의 법칙>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묘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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