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봐’ 장동민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2013년에 팟 캐스트에서 했던 막말 논란으로 MBC <무한도전> 식스맨에서 자진 하차를 선언했던 장동민은 KBS <나를 돌아봐>에서는 편집 없이 등장했다. 나름대로 KBS측에서는 장동민의 이번 논란이 과거지사로 여기는 눈치다. <무한도전> 식스맨을 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논란이 없었던 상황이었으니 <나를 돌아봐>와는 상관이 없다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고 2013년에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왜 당시에는 잠잠하던 일이 지금 와서 이렇게 일파만파로 커진 것일까. 팟 캐스트의 특성상 당시에는 그 구체적인 사안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만일 당시의 방송 내용이 좀 더 구체적으로 공개되었다면 논란은 그 때에도 더 커질 수 있었다.

어쨌든 <나를 돌아봐>가 장동민의 분량을 그대로 내보내기로 한 데는 나름의 판단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지사로 덮고 방송을 강행하는 건 어딘지 시청자들의 정서에는 잘 맞지 않는 부분이다. 갑자기 세금 문제 논란이 터져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분량이 통째로 지워져버린 장근석을 떠올려보라. 이것은 시청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하는 차이를 극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나를 돌아봐>는 역할을 바꿔 역지사지의 자아성찰을 하게 하는 것이 콘셉트다. 신개념 막말캐릭터인 장동민은 그래서 욕쟁이 대모 김수미의 1일 매니저를 하며 시종일관 욕을 먹고 면박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오는데 늦게 나타나자 불같이 화를 내는 김수미 앞에서 장동민은 한껏 움츠러든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자신이 먹고 개에게도 뜯기던 핫바를 음식 버리면 안 된다며 먹으라고 하자 장동민은 눈치를 보며 그걸 받아먹기도 했다. 자신이 했던 막말이나 호통, 욕들이 타인에게 어떤 기분을 느끼게 했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장동민은 욕먹을 때의 그 기분에 대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역지사지의 자아성찰이라는 <나를 돌아봐>의 콘셉트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면이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동민의 출연은 이 프로그램을 다른 차원으로도 보게 만든다. 그것은 자아성찰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이미지 관리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논란이 가중된 상황에 욕먹는 장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장동민에게는 큰 기회이기도 하다. 대중들의 지탄을 대리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걸 통해서 장동민이 어떤 깨달음이나 타인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되는 과정까지를 보여준다면 논란에 대한 연착륙으로서 이만한 게 없을 것이다.

<나를 돌아봐>가 일종의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논란이 여전히 남아있는 장동민의 출연 강행이 자칫 본래 좋은 기획의도를 다른 식으로 비춰지게 할까 하는 우려가 남을 뿐이다. 과연 <나를 돌아봐>를 통해 장동민은 진실된 모습으로 자아성찰을 통해 대중들로부터 새로 설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실로 향후의 반응들이 궁금해진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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