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 2조 국가브랜드 효과는 어디로 갔나

[엔터미디어=정덕현] 이 영화로 과연 4,000억 원의 직접 홍보효과와 2조 원의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2주간 교통을 통제하면서까지 진행된 <어벤져스2>의 서울 로케이션에 대해 찬반 논란이 벌어졌을 때, 한국관광공사가 내놓은 장밋빛 전망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876억 원의 경제효과를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어디서 이 어마어마한 수치의 경제적 효과가 가능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을.

국내의 관객이라면 당연히 궁금했을 서울 로케이션 장면은 영화 후반부에 잠깐 등장한다. 상암동에 새로 지어진 MBC 신사옥 위로 비행선이 날아가고 대로와 골목길을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가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은 그 액션만으로는 훌륭하다. 게다가 질주하는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캡틴 아메리카와 울트론의 대결도 볼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액션 신이 서울이라는 공간을 얼마나 특징적으로 잡아내주고 있는가는 알 수 없다.

그 장면들은 거기 길거리에 간간히 보이는 한글로 된 간판들을 떼놓고 보면 도무지 어디서 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서울의 특징을 나타내주지 못한다. 차라리 고궁 같은 공간을 활용했다면 훨씬 더 효과적이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벤져스2>가 보여주려 한 서울의 이미지는 조스 웨던 감독이 캐스팅 이유로 밝힌 것처럼 “최첨단 과학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유전공학으로 주목받는 곳”으로서의 서울이다. 이것이 무슨 관광 효과를 가져올 거라는 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이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액션 신들이 워낙 속도감 있게 흘러가는 터라 배경은 잘 보여지지도 않는다. 짧은 로케이션 시간, 서울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공간, 현란하고 속도감 넘치는 CG로 덮여져 빠르게 흘러가기만 하는 장면들은 서울 로케이션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만일 외국인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거기가 어디인가는 새빛 둥둥섬이 연구소로 잠깐 등장하는 장면 밑에 쓰여져 있는 ‘서울’이라는 자막을 통해서였을 것이다.

애초에 기대했던 우리 배우 수현의 존재감 역시 영화 속에서는 그리 드러나지 않는다. 유전공학 연구원으로서 자기만의 역할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이 영화를 봐야 될 이유만큼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우리 배우가 출연했다는 것 정도가 의미가 있을 뿐이다.



물론 영화는 오락물로서 그만한 재미를 선사하는 면이 있다. 그런데 그 재미도 슈퍼히어로물의 캐릭터 액션이 주는 차원 그 이상을 선사하진 않는다. 즉 헐크가 도시에서 난동을 피우는 장면이나 아이언맨이 갖가지 로봇 액션을 보여주는 것 또 블랙 위도우의 멋진 카리스마가 주는 묘미는 전편에 이어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만 그것은 시각적인 만족에 그칠 뿐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나 새로움에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이 영화는 마치 다양한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의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서사와 로케이션에 맞춰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캐릭터들의 화려한 액션 향연만이 머릿 속에 남을 뿐, 마블 특유의 생각 외로 깊은 주제의식이나 독특한 이야기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그래도 팝콘 무비로서 아이와 함께 두 시간 남짓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영화의 로케이션을 갖고 미리 2조원의 국가브랜드 가치 운운하며 설레발을 치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오히려 로케이션을 통한 우리네 관객 동원이 오히려 마케팅 포인트였을 것이다.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예매율이 90%를 넘었다는 건 그걸 증명하지 않은가. 로케이션에 섣부르게도 천문학적인 국가브랜드 가치를 얘기해 놓고 정작 아무도 나몰라라 책임지지 않는 모습은 마치 고질적인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는 듯한 씁쓸함을 남긴다.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는 그래서 단지 애국주의에 호소하거나 국가경제를 호명해오는 식의 단순한 접근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해프닝이 잘 말해주는 것만 같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어벤져스2>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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