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주안상 특집, 진짜 주인공은 막걸리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KBS <1박2일> 주안상 특집은 두 편으로 나뉘어 방영됐다. 그 2편만을 바라보면 전형적인 ‘셰프 특집’처럼 보인다. 이미 <1박2일>이 가을밥상 특집으로 샘킴과 레이먼 킴의 요리대결을 펼쳤던 것이 떠오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 셰프들이 출연한 바 있던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떠오르기도 한다. 야외에서 벌어진 요리대결은 주어진 시간 안에 미션에 맞는 요리를 해야 한다는 그 긴박감이 있었고, 무엇보다 전문요리사들의 화려한 손놀림이 만들어내는 볼거리가 있었다.

그러니 어찌 보면 새로울 것 없는 범작에 머물 수도 있었던 ‘주안상 특집’이었다. 하지만 이를 <1박2일>만의 특유의 색깔로 바꿔준 건 다름 아닌 ‘막걸리’였다. 전국의 유명 막걸리 양조장을 찾아가 그 맛을 체험하고 거기서 나는 재료를 공수해와 그 막걸리 맛에 맞는 안주를 만든다는 설정은 이 특이해보이지 않는 특집에 <1박2일>만의 색채를 만들어줬다.

막걸리는 우리의 전통주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맥주나 와인 양주 등에 비해 평가 절하되어 있는 술이다. 서민적인 가격 때문에 가치 또한 낮게 취급받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거대 막걸리 회사의 제품들에 가려 작아도 저 마다의 지역의 맛을 담고 있는 소규모 막걸리들은 그 존재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기도 했다.

실제로 양평의 지평막걸리는 그나마 많이 퍼져 있지만 개도 막걸리나 송명섭 막걸리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희귀한 막걸리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것은 막걸리라는 술의 특성상 오랜 시간 멀리 유통되기가 어려운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병입 기술이 좋아지면서 이런 문제들도 상당부분 해결되고 있다. 지역 막걸리들도 전국망의 막걸리 유통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2009년부터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열풍이 일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이 열기는 조금씩 식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것은 막걸리 역시 와인처럼 지역과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기는 문화로 가야했지만 거대 제조사들에 의해 몇몇 막걸리들이 획일화된 맛으로 유통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많은 지역의 소규모 양조장들은 지금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1박2일>이 주안상 특집을 통해 전국의 숨겨진 막걸리들을 소개하고 그것이 지역적 특성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맛을 갖고 있는가를 소개한 건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가치와 잘 맞아떨어지는 일이다. <1박2일>은 지금껏 소외된 지역을 찾아가 그곳 주민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 숨은 지역을 알려왔다. 이것은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으로서 <1박2일>이 왜 훌륭한 포맷인가를 증명해주는 일이기도 했다.

<1박2일>의 주안상 특집은 그래서 셰프들을 내세우긴 했지만 그들이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숨겨져 있던 전국의 막걸리 양조장과 그 막걸리들이 주인공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요리 대결에 머물렀을 테니 말이다. 이것은 향후 <1박2일>이 그 기획에 있어서 놓치지 않아야 할 덕목이다. 그만한 힘을 가진 만큼 그들의 여행을 통해 소외된 지역이나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걸 찾는 일. 그것은 <1박2일>의 공감대를 더 넓혀가는 길이 되지 않을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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