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풍문’을 물고 늘어지나, 막장 변호하는 이상한 논리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드라마 내용에 있어서 한 작가의 예를 들겠다. 아내의 불륜을 다뤄 지상파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드라마가 종편(JTBC)에서 방영됐는데 그것이 <아내의 자격>이다. 지상파가 다룰 소재가 아니라고 판단해 시놉시스를 보고 계약해지를 요구했던 작품이 JTBC <밀회>였다. SBS <풍문으로 들었소> 또한 고등학생의 임신 등의 영향력을 본다면 좋은 드라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19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저품격 드라마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토론회에서 MBC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이 했던 주장이다. 그는 “<아내의 자격>,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등을 최고 막장 드라마로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장근수 본부장은 소위 막장드라마의 범주를 소재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테면 불륜 같은 극단적인 관계나 상황을 다룬 작품들은 모두 막장의 범주에 든다는 것.

이 이야기는 아마도 반어법일 것이다. <아내의 자격>이나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등을 만든 정성주 작가와 안판석 감독은 현재 최고의 드라마 작가와 감독으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그러니 이들의 작품에도 그런 소재들이 쓰이고 있다는 걸 에둘러 표현하면서 그렇게 보면 소위 막장이라고 부르는 드라마에도 나름의 개연성은 있다는 걸 강변한 것일 게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국방송작가협회 이금림 이사장은 그와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즉 “<아내의 자격>에 막장 코드가 있는 건 맞지만 해당 작품은 작가의 섬세한 문장력과 작가정신이 돋보이는 수작”이라는 것. 그녀는 형수와 시동생의 불륜이 나오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막장이 아닌 것처럼, 막장은 “단순히 소재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소재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즉 <밀회>가 불륜을 다루고는 있지만 이 드라마는 그 불륜이 가진 자극적인 면을 부각시킨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주인공의 자각이 일어나는 과정을 다루었다. <풍문으로 들었소>에 고등학생들의 임신과 갑들의 불륜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자극을 위한 소재로 사용된 건 아니었다. 이를 통해 이른바 상류사회가 가진 허위의식을 드러내려 했던 것일 뿐. 그래서 그 누구도 <밀회>나 <풍문으로 들었소>를 막장이라 말하지 않는다.



장근수 본부장의 시각은 사실상 최근 유독 MBC가 막장드라마 논란에 많이 휩싸였던 것을 변호하는 입장으로 보인다. 최근 MBC는 막장의 대모라고도 불리는 임성한 작가를 일일드라마에 연거푸 편성했고, 주말드라마에도 본격적인 막장 코드들을 활용해 시청률을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논리를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다.

장근수 본부장은 광고 판매가 줄어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가 막장드라마 양산에 일조했다”고 했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이금림 이사장은 “"막장 드라마도 광고 판매가 7%, 13%밖에 안 된다면 왜 굳이 시청자에게 욕을 먹으면서 막장 드라마를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즉 막장 드라마 역시 광고 판매 수익이 좋지 않은데 부족한 제작비 때문에 막장드라마를 만든다는 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도대체 왜 굳이 방송사가 막장드라마를 만드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똑같은 소재라도 진지한 접근으로 새로운 해석을 해내는 것보다는 당장의 표피적인 자극만을 추구하려는 의도와 그것이 무슨 잘못된 일인가 하는 비뚤어진 인식이 거기서는 느껴진다. 수익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혹 이것은 취향과 인식의 문제는 아닐까. 막장을 변호하는 논리는 대중들의 상식으로는 이상하게 보인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방통심의위]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