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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마저 빼앗긴 지상파의 씁쓸한 현주소
기사입력 :[ 2015-06-02 15:40 ]


유재석 종편행으로 본 비지상파 압도적 존재감


1강. 비지상파 채널 [非+地上+波+channel]

[명사] 1. ‘수신 장치만 있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전파를 통해 전달되는 방송’이 아닌 방송
2. 지상파 채널이 수복하고 싶어하는 옛 영토의 주인.

[엔터미디어=이승한의 TV키워드사전] 케이블TV 출범 20주년, 종합편성채널 개국 3년 7개월. 지상파 채널들의 성적표는 처참하기 그지없다. 여전히 전체 평균 시청률에서는 다른 플랫폼을 압도하는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정작 힘을 써야 하는 곳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49시청자 층, 그러니까 가장 적극적으로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고 주변에 추천하며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이들, 결정적으로 광고에서 소개되는 상품들을 구매할 능력이 가장 높아 광고주들이 사랑하는 시청자 층들 말이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2049시청자 층은 지상파의 것이었다. tvN이나 Mnet에서 종종 각을 세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지만, 케이블은 여전히 시청률이 1%만 나와도 대박인 플랫폼이었던 반면 지상파는 두 자릿수가 안 되면 프로그램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플랫폼이었으므로. KBS는 <아이리스>와 <추노>의 연타석 홈런을 치며 젊은 시청자 층을 TV 앞으로 끌어들였고 <남자의 자격>을 선보였다. MBC는 <선덕여왕>과 <파스타>로 건재함을 과시했고 <우리 결혼했어요>와 <세바퀴>를 분리해 단독 편성했다. <시티홀>, <미남이시네요>, <검사 프린세스> 등을 선보였던 SBS의 활약도 눈부셨다.

문제는 2010년 가을, Mnet <슈퍼스타K2>가 케이블 사상 최고 시청률인 18.1%(AGB닐슨)을 찍은 뒤부터 시작됐다. 명색이 공영방송의 사장이라는 사람은 간부 회의에서 “왜 우리는 저런 거 못 하냐”며 노골적으로 카피캣이 될 것을 독려했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압도적인 리더 자리에 있던 지상파 채널들이, 졸지에 케이블 채널을 따라가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MBC는 <위대한 탄생>을, SBS는 <기적의 오디션>을, KBS는 <도전자>를 내밀었다. 다들 화급하게 준비한 티가 역력했고, 개중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기억된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세상엔 치밀한 기획과 천운이 만나 초장부터 잘 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들이 더 많다. 오늘날의 MBC 예능을 대표하는 <무한도전>도, KBS 예능을 대표하는 <1박2일>도 첫 술에 배부른 방송은 아니었다. 낮은 시청률, 잦은 시행착오, 표절논란 등을 거치며 성장해 온 프로그램이었다. Mnet의 <슈퍼스타K>도 시즌1때는 중도에 MC를 바꾸는 초강수를 두며 갈짓자를 그렸으니까. 그러나 그 때 지상파는 조바심에 빠져 있었다. 케이블이 서바이벌 오디션을 성공시키자 지상파는 화급하게 각종 서바이벌 오디션을 런칭하며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안전한 포맷’을 흉내내기에 바빴다. 시청률이 지지부진한 프로그램들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과감한 시도는 사라지고 실패가 용인되는 분위기도 잦아들었다.

그럴수록 점점 더 기회는 비지상파 채널 쪽으로 넘어갔다. PD들와 작가들이 보수적이고 안전지향적으로 변해가는 지상파를 떠나 케이블과 종편으로 향한 것이다. 지상파 채널들은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된 프로그램인 KBS <야행성>의 조승욱 PD가 JTBC <히든싱어>로 만루홈런을 치는 광경을 봐야 했고, 석연찮은 과정을 통해 폐지된 MBC <놀러와>의 메인작가 김명정 작가가 JTBC <비정상회담>으로 토크쇼 장르 자체의 기대수명을 한껏 늘려놓는 걸 봐야했다. 시장을 선도하고 개척하는데 수반되는 리스크를 감수하길 포기한 그 순간부터, 지상파 채널은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월 말 열린 제51회 백상예술대상TV부문 수상자 명단을 볼작시면 상황은 압도적이다.대상은 tvN <삼시세끼>와 <꽃보다 할배>시리즈의 연출자인 나영석 PD의 품으로 들어갔고, 예능작품상은 JTBC의 <비정상회담>이 챙겨갔으며, tvN <미생>은 연출상, 남자 최우수 연기상, 남자 신인 연기상을 챙겨갔다. 남자 예능상과 여자 예능상은 각각 전현무와 이국주가 챙겨갔는데, 이들이 MBC <나 혼자 산다>나 SBS <룸메이트 시즌 2>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JTBC <비정상회담>이나 tvN<코미디 빅리그>라는 ‘본진’이 있는 사람들 아닌가. KBS, MBC, SBS라는 지상파의 이름들보다, CJ E&M과 JTBC라는 비지상파 대표 주자들의 이름값이 더 커졌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리고 유재석이 있다. 6월 2일 JTBC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8월 방영되는 신규 파일럿 프로그램의 MC를 유재석이 맡게 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유재석이 케이블이나 종편 채널로 넘어가지 않고 계속 지상파를 지킨다는 사실은 방송가 안팎에선 내심 지상파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여겨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지킬 수 없게 된 것이다. 케이블 출범 20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3년 7개월 만에 지상파는 가지고 있던 모든 프리미엄을 잃었다.

위기감을 느꼈던 걸까. 최근 지상파 채널들이 ‘안 하던 짓’을 하기 시작했다. KBS는 tvN이 수년간 개척해 온 금-토 트렌디드라마 시간대에 <프로듀사>를 띄워 진입을 시도 중이고, MBC는 TV보다 인터넷 방송에 더 익숙한 세대에 맞춰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런칭해 공격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영역으로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우는 것. 지금이야말로 계급장을 떼고 제대로 붙어야 하는 타이밍이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MBC,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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