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가수다’ 정성호의 부활을 응원합니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MBC <세바퀴>에 출연한 개그맨 정성호가 가수 임재범의 성대모사와 모창을 펼쳐 화제가 되는 바람에 MBC의 유일한 코미디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까지 덩달아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혹자는 ‘그런 프로그램이 진짜 있느냐’ 되물을 정도로 그간 <웃고 또 웃고>는 아예 세간의 관심 밖에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방영 시간이 자정을 훌쩍 넘긴 12시 35분이라나? 그것도 금요일 밤인지라 코미디 마니아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라도 TV 앞에 앉아 있기는 어려운 시간이지 싶다.

아무리 시청률에 휘둘리는 게 방송계의 인심이라지만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웃고 즐기며 봐야 할 코미디 프로그램을 심야 시간대에 편성한다는 게 도무지 말이 되는가. 이런 찬밥 신세가 또 어디 있겠느냔 말이다.

“지난번에 임재범 씨가 올림픽 축구 예선전에서 애국가를 부르셨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번 주에 원래 애국가를 부르려고 했죠. 그랬더니 감독님이 그렇지 않아도 프로그램 늦게 하는데 애국가까지 불러 젖히면 프로그램 끝난 줄 안다고, 프로그램 말아 먹으려고 그러느냐고, 그래서 ‘비상’ 했어요. 웃겨야죠.”

<웃고 또 웃고>의 대표 코너 ‘나도 가수다’에서 일명 ‘정재범’이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를 듣고 있자면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한때 코미디 왕국이라 불리던 지난날의 영광이 떠올라 서글프기 짝이 없는데, 리얼 버라이어티의 범람에 밀려 그리고 최근에는 쏟아져 나오는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밀려 결국엔 심야 시간대까지 옮겨갈 수밖에 없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현주소가 생생한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코미디 왕국의 후예들이 한때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몫이었던 주말 저녁 시간을 ‘나는 가수다’에게 내주고 열악한 시간대로 옮겨 패러디 코너 ‘나도 가수다’를 하게 될 줄이야.

8년이라는 긴 시간을 무명으로 버티다 <개그야>의 사제 커플 이야기 '주연아'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정성호. 하지만 MBC 코미디가 설 자리를 잃어버리자 그의 기적 같았던 인기 또한 이내 시들어 갔다고. 진위는 확실치 않지만 <세바퀴>에서 모창을 할 때 나온 ‘나는 가수다’의 매니저 점수표를 패러디한 자막에 따르면 연도별 행사진행 횟수가 전성기인 2007년에는 263회나 되는 반면 2008년 2회, 2009년 0회, 2010년 1회, 2011년 5회라니 그간의 굴곡을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그 세월, 잘나가는 SBS <웃찾사>와 KBS <개그 콘서트>를 지켜보며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러나 그는 추풍낙엽처럼 흔들리는 MBC 코미디를 수년 째 지조 있게 지켜왔고 결국 또 한 번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인고의 시간 동안 연습에 연습만을 거듭해왔을 뚝심 있는 정성호에게 박수를 보낸다.

“제가 ‘나도 가수다‘ 하다 보니까 제가 정말 임재범 같아요. 정말로. 그래서 다음 주 예약 잡았어요. 맹장수술이요. 이왕 똑 같으려면 다 똑 같아야죠. 저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겠어요? 저 뜬 줄 알고 와이프가 여기저기 다 질러 놨어요. 웃겨야죠. 벌 때까지.” 정재범의 ‘웃겨야죠’라는 한 마디가 왜 이리 구슬프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나도 가수다’에는 기존의 정재범(정성호)과 이소라를 패러디한 이소다(김세아)의 뒤를 이어 정엽의 패러디 천엽(추대엽)과 박정현의 패러디 방정현(정명옥)이 이번 주부터 가세한다고. 그들이 보여주는 무대가 얼마나 파격적일지 기대가 되지만 나는 과연 그 시간까지 깨어 있을 수 있을까?

정성호가 미니홈피 도토리까지 전 여자 친구 서선생(서민정)에게 결제하게 만드는 진상으로 등장했던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하이킥>도 돌아온다는데 정성호의 화려한 시절도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그림 정덕주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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