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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고마우면서도 씁쓸한 ‘복면가왕’의 양면성
기사입력 :[ 2015-06-15 15:33 ]


‘복면가왕’, 대체 이런 편견은 누가 만든 것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복면가왕>은 스스로를 ‘미스터리 음악쇼’라고 부른다. 복면 뒤에 누가 있는가를 추리한다는 의미에서 ‘미스터리’라는 말을 붙였고 복면 쓴 그들이 한바탕 즐거운 쇼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음악쇼’라 붙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계속 보다보면 도대체 이렇게 많은 실력자들이 왜 복면이 씌워진 채 대중들에게는 잘 보여지지 않았던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필자에게 <복면가왕>이 주는 ‘미스터리’는 바로 그런 의미다. 무엇이 이들을 가리고 있었던 것일까.

일반적으로 쉽게 ‘편견’이라고 지칭해서 말하지만 거기에는 그간 우리네 음악 산업이 갖고 있는 불균형과 불평등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또한 거기에는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늘 해왔던 안전한 선택들 역시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스스로가 스스로의 잠재력을 가려왔던 것 또한 보인다.

기획사들도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아이돌 그룹에 집착한다. 물론 그만한 파괴력을 가진 유닛 형태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연습생 과정을 거치는 기획사 시스템 때문에 20대를 넘어선 가수 지망생들은 아예 설 기회조차 사라지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이들 소외된 20대들을 끌어 모아 힘을 발휘했던 건 우연이 아니었다.

아이돌 그룹에 들어간다고 해도 그 안에서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아이돌은 드물다. 최근 <복면가왕>의 무대가 주로 ‘아이돌의 재발견’으로 이어진 것은 아이돌 그룹에 합류한다고 해도 여전히 그 틀 안에서 소외되는 아이돌들이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유닛 속에서는 자신의 역할이 규정되기 마련이다. 그 역할을 벗어나면 다른 멤버의 영역이 침해된다. 아이돌이란 틀은 파괴력이 있지만 동시에 어떤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음악 프로그램들은 한 때 순위를 내세우지 않는 등의 변화를 보여줬지만 최근 들어 다시 순위가 부활하고 있다. 그 순위에 들어간 음악들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아이돌 일색으로 바뀌고 있는 것. 최근 벌어진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빅뱅과 엑소의 1위를 둔 대결이 팬과 팬 사이의 심각한 갈등으로까지 이어진 건 순위 프로그램이 가진 한계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이렇게 트렌디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아이돌의 음악만 반복해서 들려주는 건 심각한 왜곡이 아닐 수 없다.



아이돌의 음악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더 많은 음색과 가창력 그리고 개성과 끼의 소유자들이 배출될 수 있는 무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복면가왕>이 주목을 넘어 열광적인 반응까지 얻어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이 다양한 가수들의 무대를 이 음악쇼가 가능하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이제 한 물 갔다고 여겨진 십여 년이 넘게 활동을 안 하던 가수가 올라오기도 하고, 여전히 전설이지만 설 무대가 없어 방송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던 권인하나 고유진 같은 가수가 등장하기도 하며, 때로는 가수 뺨치는 아마추어들의 기량에 놀라기도 한다.

<복면가왕>이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복면’을 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기이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복면가왕>은 노래와 이미지가 엇박자를 이루는 프로그램이다. 노래는 기가 막힌데 그들이 쓴 복면은 우스꽝스럽기 이를 데 없고 간간히 진행되는 인터뷰에서도 변조된 목소리는 경박하게까지 느껴진다. 결국 복면은 가수가 가진 아우라의 이미지를 상당부분 깨는 역할을 해준다. 결국 가수들은 이미지를 포기함으로써 무대에 서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복면가왕>은 편견을 지운 무대를 강조한다. 하지만 그 편견은 가수들이나 시청자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몇몇 기획사 중심으로 굴러가는 권력적인 가요계의 흐름과 이들에게만 집중하는 음악 프로그램들의 반복적인 노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더 많다. 심지어는 <복면가왕>조차 아이돌의 재발견의 장이 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복면가왕>은 너무나 고마운 프로그램이지만, 동시에 만만찮은 가요계 기득권층의 힘을 보여주는 씁쓸함이 있다. 이제 전설들도 복면을 쓰고 나와야 무대에 설 수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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