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영화 <쥬라기 공원>이 <쥬라기 월드>가 되어 돌아왔다. 공원이 자그마한 테마파크였다면 월드는 한 섬을 통째로 공룡세상으로 꾸몄다. 테마파크이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쥬라기 공원>의 세계가 멸종된 공룡의 복원 차원에 머물렀다면 <쥬라기 월드>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새로운 공룡을 만드는 수준으로 접어들었다. 공원에서 월드로의 확장은 이 무한대로 열려버린 유전자 판도라 상자의 세계를 뜻하는 것이다.

지난 2001년까지 시리즈로 계속됐던 <쥬라기 공원>에 열광했던 관객이라면 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공룡들의 세계를 보기 위해 메르스 공포도 이겨내고 극장을 찾을 일이다. 실제로 <쥬라기 월드>는 상당 부분 <쥬라기 공원>이 갖고 있던 추억어린 장면들을 떠올리게 하는 시퀀스들이 많다. 티렉스에 대한 향수가 있는 관객들이라면 이 <쥬라기 월드>가 상당 부분 거기에 기대고 있다는데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공원을 월드로 확장시켰지만 어째 이야기는 그다지 확장되지 않았다. 틀에 박힌 스필버그식의 스릴러가 <쥬라기 월드>에서는 거의 오마주에 가깝게 반복된다. 기본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서 봤던 장면들은 물론이고 <죠스>의 한 장면까지도 거의 똑같은 구성으로 연출되어 있다.

이야기 전개도 너무 단조롭다. 쥬라기 월드에 들어갔다가 공룡들이 탈출하면서 일시에 아비규환이 되는 이야기 구성이나, 그 안에 아이들을 투입해 형제애와 가족애를 드러내는 이야기. 또 공룡과 공룡이 대결하는 장면들도 이미 익숙한 것들이다. 도대체 <쥬라기 월드>라고 했다면 무언가 거기에 맞는 새로운 장면이나 이야기가 있어야 할 텐데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쥬라기 월드>는 테마파크를 그대로 닮았다. 늘 비슷비슷한 놀이기구들이 존재하고 반복된다. 그 반복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건 좀 더 큰 규모의 자극이다. <쥬라기 공원>은 작은 공룡의 탄생만으로도 놀라운 볼거리를 제공해줬지만 <쥬라기 월드> 정도 오면 이제 완전히 새로운 유전자의 공룡 정도는 나와 줘야 얘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규모와 자극만 있다고 영화가 흥미진진해지는 건 아니다. 속편을 기대하는 마음에는 이율배반적인 것이 있다. 하나는 전편을 떠올리게 하는 익숙함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과는 차별되는 새로움이다. <쥬라기 월드>는 안타깝게도 그 익숙함은 존재하나 새로움이 거의 없다. 게다가 공룡을 지나치게 의인화하다보니 너무 자의적인 결말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된다.

공룡은 바로 그 덩치가 크다는 것 때문에 멸종됐다. 그 멸종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그 큰 덩치가 생존에는 그리 유리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덩치만큼 엄청난 양의 먹이들이 필요하다는 건 여러모로 비효율적이다. <쥬라기 월드>는 바로 이 덩치 큰 공룡이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불리해지는 지점을 닮았다. 공원을 월드로 만들면서 아예 아기자기한 새로운 이야기는 끼어들 틈이 없었던 건 아닐까. 흥행의 마술사로 불리던 천하의 스필버그도 이젠 물러날 때가 된 것은 아닐까.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영화 <쥬라기 월드>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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