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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하다 성범죄 장면까지 등장한 걸그룹 뮤비
기사입력 :[ 2015-07-07 12:06 ]


마마무, 데이트 폭력에 대해 이렇게 무지해서야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인터넷에서 걸그룹 마마무의 신곡인 <음오아예>의 무대를 봤는데, 노래가 재미있고 퍼포먼스가 좋고 자잘자잘한 애드립이 귀여워서 다른 무대 동영상도 찾아보았다. 그러느라 전에는 한 명도 몰랐던 멤버 이름까지 모두 구별하게 되었고 덕택에 이 글을 쓰는 것이 수월해졌다. 지금 쓰는 게 호의적인 글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무대 중 가장 좋았던 건 ‘SBS 인기가요’의 첫 공연이었는데, 이들은 사전녹화를 이용해 조금 재미있는 시도를 했다. 솔라를 제외한 세 명의 멤버가 중간중간에 남자 분장을 하고 나왔다가 다시 여자로 돌아가곤 했던 것이다. 이건 노래의 가사와도 연결된다. 이 노래엔 반전이 있는 짧은 스토리가 있다. 이상형인 남자를 발견하고 따라간 여자가 나중에 그 '남자'가 사실은 여자임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에서 끝도 없이 등장하는 설정인데, 홍대입구 같은 곳에선 비교적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이 이야기의 전후사정이 조금 더 분명히 드러나지 않을까,해서 뮤직비디오까지 챙겨보았다. 그리고 불쾌해졌다.

장르 성격상 정확한 줄거리 요약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시도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인기가요 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솔라를 제외한 세 멤버는 모두 남장을 한다. 화사는 주변 모든 여자들에게 추근덕거리는 느끼남, 휘인은 유치한 마마보이. 그리고 문별이 솔라가 남자인 줄 알고 좋아했지만 알고 봤더니 여자였던 사람이다. 솔라는 호텔 메이드, 스튜어디스, 간호사(여담이지만 모두 쉽게 페티시 대상이 되는 직업이다)의 역할을 번갈아 맡고 있는데, 스튜어디스 솔라가 자신을 계속 성추행하는 화시를 잠재우기 위해 수면제를 넣은 술을 그만 문별이 마시고 만다. 정신을 잃은 문별은 병원에 실려오고 그 다음에 문별에게 납치되어 호텔방에 끌려가는데, 카메오로 등장한 박보람이 "언니, 이 여자 누구예요?"라고 말하기 직전까지 솔라는 계속 문별을 덮치려 한다.



이 뮤직비디오를 만든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솔라가 하는 행동이 성범죄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인식하지 못했다는 건 괴상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의식을 잃은 사람을 덮치는 것은 당연히 성범죄다. 아닌 경우가 있을까? 아마 역할극을 즐기고 있는 커플인 경우가 이에 해당될 텐데, 이 가능성은 그냥 무시해도 된다. 솔라의 백일몽일 가능성도 낮다. 그랬다면 박보람이 등장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여자임이 밝혀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정당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봤다. 우선 이것이 일종의 미러링일 가능성이 있다. 고정된 성역할이나 계급, 인종편견을 뒤집어 반사하는 것은 유용한 정치적 도구이기도 하고 잘 먹히는 코미디 도구이기도 하다. 느끼남 성추행범인 화시의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이게 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뜯어보면 역시 아니다. 만약 솔라를 성적으로 주도적인 이성애자 여성으로 그리고 싶었다면 문별이 내내 깨어있어야 한다. 어떻게 뜯어봐도 한 사람이 의식을 잃은 다른 사람을 납치해서 덮치려 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 경우에 그 의식을 잃은 사람은 여자이기도 하니 반사된 건 거의 없다.

두 가지가 신경 쓰인다. 하나는 이 뮤직비디오가 성범죄와 데이트 폭력에 한국 대중문화 생산자의 무관심과 무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멋진' 남자주인공이 저지르는 수많은 일들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현대국가에서라면 체포감이라는 걸 생각해보라. 성이 바뀐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일은 없다.



다른 하나는 자체검열 심지어 호모포비아의 가능성이다. LGBT 팬들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뻔한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웃기긴 하는데, 우리가 그렇게 이치에 맞는 나라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잊지 말자. 대한민국은 동성애에 반대한다면서 세상에서 가장 게이스러운 시위를 벌이는 게 당연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하여간 만약 뮤직비디오가 가사를 보다 충실하게 따라갔다면 문별은 비디오 내내 깨어있었을 것이고 솔라의 구애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랬다면 난처하고 민망했겠지만 성범죄의 가능성은 차단되었을 것이다.

뮤직비디오는 이 길을 가지 않는다. 만약 그 길을 따른다면 문별의 캐릭터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못박는 것이 될 테니까. 캐릭터를 작정하고 부치처럼 그리고 여자친구임이 뻔한 캐릭터까지 붙여주었는데도 이 사람을 차마 동성애자로 묘사하지 못해 '의식불명'의 알리바이가 추가되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한 건 안전하게 굴려고 택한 선택이 오히려 노골적인 범죄 묘사로 이어진다는 것인데, 생각해보니 이런 가치관의 전도 역시 이 나라에서는 흔해빠진 일이다. 갈 길이 멀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음오아예>뮤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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