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PD와 강호동의 꽤나 헝그리한 도전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프로 스포츠 시장이 이적으로 활발한 이때, 지난 목요일 하루에 우리 예능 리그에도 굵직한 뉴스들이 몇 가지 업데이트됐다. 우선 1인 기업으로 활동하던 유재석이 FNC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면서 주가와 호사가들의 관심이 치솟았다. 또한 재야에서 무적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예능계 잠룡 노홍철과 김용만에게도 접근했었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어쨌든 공격적인 영입공세로 엔터 업계의 순위 변동을 일으키려는 FNC는 이로써 예능 4대천왕 중 두 명을 보유하게 됐다.

그리고 늦은 오후 데프콘이 지목한 4대천왕(그는 유재석, 정형돈 외에 이경규와 강호동을 꼽았다만, 의견이 분분하다) 중 한 명인 강호동에 관한 대형 뉴스가 떴다. 그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제작진이자 리그 최고의 승률을 자랑하는 나영석 PD 사단과 끝을 모르게 추락하는 강호동이 의기투합했다는 소식이었다.

강호동 관련 소식이 처참한 시청률에 반해 뉴스가 되는 건 ‘그래도 강호동인데’와 ‘이번에도 실패하는지 지켜보자’의 양가적인 심리가 결부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패신화의 나영석 사단(그것도 두 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매번 다른 멤버로 성공을 한 유일한 제작진이다)이 함께한다니 쉽게 판단이 안 선다. 포맷이나 장르도 뚜렷한 것이 없다. 밝혀진 것은 올가을 <신서유기(가제)>라는 제목 하에 강호동, 이승기 같은 <1박2일> 원년멤버들을 소집중이라는 것, 그리고 해외 야외버라이어티라는 콘셉트다. 주목할 점은 “TV 방송이 아닌 인터넷으로 공개되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는 대목이다.

콘텐츠 자체는 예상할 근거가 되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 제작진 또한 처음부터 확신하는 청사진을 갖고 도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추억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는 것과 <꽃보다 청춘>처럼 예산에 한계를 두고 게임퀘스트 방식을 가미한 여행 콘텐츠이지 않을까하는 정도가 예측할 수 있는 전부다. 여기서 관전 포인트는 얼마나 새롭고 재밌을까보다 육중한 이미지만큼 빠른 속도로 추락하는 강호동을 과연 나영석은 부활시킬 수 있을 것인가다.



SM C&C의 간판인 강호동의 거듭된 패착은 <1박2일> 때와 변함없이 여전히 에너지 하나로만 승부를 한다는 데 있다. 결정구가 단 하나밖에 없는 원 피치 투수다. 가진 이미지를 최대한 잘 살려서 현장을 이끌고, 그 에너지가 화면 밖 시청자들도 이끌어 들인다. 그런데 이런 쇼맨쉽은 보다 정서적인 맥락이 중요하고, 일상과의 교감, 심지어 정보까지 원하는 요즘 예능 시청자들의 흥미를 잡아끌기엔 거리가 있다(물론 MBN계열 예능에선 통하는 재능이지만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

이제 재치나 맥락을 넘나드는 센스 있는 진행보다 큰 덩치에서 나오는 넉살과 호탕하게 웃으면서 윽박지르는 듯한 형님 리더십을 보여줄 ‘쇼’ 형식의 무대 자체가 갈수록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미지를 탈피하려 책도 읽어보고 원초적인 몸개그도 해봤고 일반인 토크도 도전했지만 비슷한 이유로 모두 실패했다. 여기에 나영석 PD가 이 급류에 뛰어들었으니 그 자체가 볼거리가 됐다. 강호동이 살아남을지 휩쓸려지나갈지 예능이란 큰 흐름에서 서바이벌게임을 관전하는 거다.

나영석 PD 사단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셰프들로 비유하자면 백종원(본인은 셰프라고 하지 않는다) 같은 케이스다. 쉽고 간단하고 편안하게, 평범하고 보통의 것을 추구하며 정서적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훌륭할지는 몰라도 누구나 그 어떤 집에나 있을 법한 것들을 가지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낸다. 관통하는 핵심 비법은 평범하고 보통 사람의 모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고 제대로 웃음을 내기에 심심하고 부족한 재료는 스토리텔링이라는 그들만의 만능 조미료를 써서 맛을 낸다.



이런 점에서 기대가 인다. 강호동은 언 듯 보면 나영석 PD의 ‘자연주의’와 가장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 형태나 장르가 뭐가 됐든 이들은 강호동의 기존 이미지를 해체해 최대한 평범하고 편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할 것인데, 그게 대중들에게 통할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다. 정서를 다루는 데 도가 튼 만큼 ‘추억’ 코드는 강호동과 시청자들 사이에 열쇠가 될 것이다. 장르적 변신을 수도 없이 시도했지만 캐릭터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강호동에게서 긍정적이고 평범한 면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가 벌써 궁금하다.

원조 버럭 캐릭터 이경규는 관찰형 예능의 시대에 맞춰 보통의 가장,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으로 살아남았다. 자신의 일상과 따뜻한 내면을 내보이면서 호감을 이끌어냈다. 나영석은 이서진에게서 편함, 친근함을 이끌어내면서 캐릭터에 반전을 줬다. 그렇다면 강호동에게서 무엇을 끌어내는지 기대가 된다.

확실히 감지되는 건 변화의 바람이다. 이런 뉴스들은 이제 단순히 새 프로그램에 들어가고 말고 하는 수준의 변화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유재석과 FNC의 계약은 예능의 판이 단순히 방송 장르를 넘어선 산업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일어난 변화이다. 강호동은 이런 가운데 마지막 발판에 올라선 것이며 가장 성공률이 높은 예능 콘텐츠 기획자인 나영석 PD는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어려운 상대를 골라 명예롭게 그 다음 성공을 겨냥한다. 리스크는 크지만 성공을 구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TV를 벗어난 인터넷 디지털 콘텐츠 포맷에 대한 실험을 강호동의 기존 팬층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 유저들을 상대로 하겠다는 거니까 꽤나 헝그리한 도전인 셈이다. 유재석, 나영석, 강호동과 같은 빅네임들의 분주한 움직임의 공통점은 안주하지 않겠다는 거다. 거목들이 변화가 예능의 시대에 더욱 더 큰 전성기를 열어줄지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CJ E&M,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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