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힐링캠프’, 출연자보다 빛난 일반인 MC들

[엔터미디어=정덕현] <힐링캠프>가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어찌 보면 전형적인 김제동표 토크콘서트의 연장 같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비슷한 듯 다른 진화가 엿보인다. 객석을 찾은 일반인 관객들의 사연이 자연스럽게 무대 위로 올라오는 것과 거기에 대한 어떤 솔루션이나 의견을 출연자가 해주는 방식은 유사하다. 하지만 달라진 키워드는 ‘500인의 MC’다.

즉 기존 김제동표 토크콘서트의 형식에서 관객의 역할은 능동적인 질문자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청자의 위치에 서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달라진 <힐링캠프>에서 관객들은 MC의 위치를 부여받았다. 관객들은 첫 게스트인 황정민에게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시키고 싶은 것을 마음껏 시켜도 되는 권리를 갖게 된 것.

이것은 위치의 역전이다. 이전의 <힐링캠프>가 출연자인 연예인 게스트를 힐링 시키는 쪽이 포인트를 맞췄다면 이건 연예인 게스트가 관객들을 힐링 시키는 쪽에 맞춰져 있다. 게스트의 자기 홍보는 이 무대에서는 자칫 비호감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스스로 자제될 수밖에 없고, 대신 관객들이 궁금한 점과, 본인들의 고민들이 게스트에 의해 소통되고 어느 정도의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역전된 관계를 잘 보여주는 건 녹화 도중 차가 견인 당했다며 나갔다 들어온 관객 유승재 MC(?)를 무대로 이끌어 황정민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이다. 녹화에 지장을 초래할까봐 뒷좌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유승재. 그 모습은 전형적인 예의바른 관객의 그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만은 MC의 위치다. 그러니 견인될 뻔한 차를 잘 주차시키고 돌아와 다시 무대에 서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걸 프로그램은 일부러 보여주었다.

이어진 지훈 군의 고민상담은 사실상 게스트에 대한 MC의 요청처럼 그려졌다. 여자 친구의 손을 잡고 싶다는 요청에 황정민이 난감해하면서 김제동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김제동은 오히려 지훈 군에게 본인이 MC인 것을 자각시키며 황정민에게 요구할 걸 요구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지훈 군의 고민에 대해 다른 관객 MC들도 나서서 조언을 하고 도움을 주는 모습은 새로운 <힐링캠프>가 가진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보인다.



그것은 관객의 능동성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게스트가 누구냐 보다 그 게스트를 통해 어떻게 관객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이뤄지는가 하는 일이다. 여기서 김제동의 역할은 역시 지대하다. 그는 무대에 결코 오르지 않고 관객들과 함께 앉아 그들의 이야기가 술술 뽑아져 나오게 하는 마중물의 역할을 한다. 그간 게스트가 얘기할 때 관객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 지는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김제동의 개입은 그간 숨겨져 있던 리액션과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 예능계에서 토크쇼를 단독 진행하면서 499명과 이렇게 자연스러운 협업이 가능한 MC는 김제동이 거의 유일할 것이다.

물론 아직 정비되어야 할 것들이 많다. 그것은 이야기의 진지함과 포맷의 참신함을 재미적인 차원에서 잘 끌어안아야 하는 과제다. 하지만 그래도 이 시도가 괜찮게 여겨지는 건 카메라가 게스트인 황정민만큼 거기 앉아 있는 관객들을 많이 비춰주고 있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틀은 본래 <힐링캠프>라는 취지에 걸맞게 잘 돌아왔다. 이제 500인의 MC들이 가진 매력을 한껏 뽑아내는 일만 남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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