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왜 계속 봐도 지루할 틈 없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예능 <삼시세끼>에 대해서 더 할 말이 있을까. 화제성이 줄었다고 한들 <정글의 법칙>만큼 줄어든 것도 아니고 금요일밤 이슈메이커인 <쇼미더머니4>와 비교해도 이들이 양산하는 논란을 거품 덜 듯 덜어내면 그리 밀리는 것도 아니다. 수치는 더욱 확실하게 말해준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시청률은 연일 높아져 케이블임에도 10%를 상회한다. 이제 나영석 PD 사단의 프로그램들은 <정글의 법칙>만큼이나 금요일 밤의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소소하고 소박한 프로그램을 놓고 한 회 한 회 재밌었다, 뭐가 문제였다고 평하기란 불필요하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더 이상 늘어놓을 용비어천가도 없다. <삼시세끼>와 나영석 PD 사단에 대한 평가와 찬사는 할 만큼 했다. 치솟는 시청률과 긍정적 반응들은 늘 엄지를 줄 세우도록 만들었다. 강호동과 함께 준비하는 새 프로그램이 평가의 장이 되긴 하겠지만 아직은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삼시세끼>는 돌아서고 나면 계절이 바뀌어 있음을 알게 된 것처럼 애초의 소박한 밥상, 자연주의적 라이프에서 오는 소소한 스토리텔링을 추구하던 초반과 지금은 스타일면에서 크게 달라졌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변화의 폭은 크지만 체감이 잘 안 되는 건 계절이 다음 계절로 넘어갈 때 서서히 물들 듯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이 시즌2 흥행의 포인트였다. 투박한 요리와 이서진, 그리고 동물과 자연에 집중하던 스토리텔링을 적당한 시점에 벗어나면서 지루함을 느끼는 대신 지금의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게 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변화를 이끈 것은 바로 게스트의 도입이다. 예전엔 정선에서 이 둘이 어떻게 노동과 가사 활동을 스스로 해결하며 살아가는가, 그 자급자족을 까칠한 이서진과 사람만 좋은 옥택연이 어떻게 해내느냐가 포인트였다면 이번 시즌에 들어와서는 단 둘이 진행되는 법이 없다. 세 번째 식구 김광규가 제 몫을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단 둘이 있으라고 시간을 줬을 때 당황해할 만큼 게스트 체제에 익숙해졌다. 게스트가 누구냐는 것과 그가 어떻게 얼마나 이들의 공간에 잘 스며들고 자신을 내보이는 것인가가 포인트가 됐다. 정선이란 공간에서 단 두 명의 출연자만이 만드는 이야기의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등장했던 밍키와 잭슨 등의 서브 스토리텔링이 줄어든 진짜 이유다.



게스트 초대가 프로그램의 메인 콘셉트로 자리한 건 방송을 보는 모든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사항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건, 결과적으로 만들어내는 건, 일종의 새로운 개념과 형태의 토크쇼다. 이제는 더 이상 필요 없다며, 사라지고 있는 연예인 토크쇼의 진일보한 버전이다.

토크쇼의 재미와 가치는 스타들의 진짜 모습을 엿보고,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기회에서 나온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갈 수 있는 소개팅 자리와 비슷하다. 그런데 <삼시세끼>는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어떤 토크쇼보다 진솔하게 사는 이야기를 뽑아낸다. 일단 함께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많으니 관찰할 거리가 많고, 정해진 환경에서 일상을 살아야하기에 ‘강제적으로’ 소박해지거나 털털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연예인이란 직업과 분리한 자신의 많은 일상적인 부분을 내어 보여주고 캐릭터는 호감을 얻는다. 1박 2일, 2박 3일에 이 정도 인지도와 호감도 상승이면 게스트 입장에서도 굉장히 큰 이문이 남는 셈이다.



데뷔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동안 우리에게 거의 알려진 바 없는 김하늘이 옹심이가 되고, 20대 톱 여배우인 박신혜는 싹싹하고 일 잘하는 여동생이 된다. 보아는 털털하고, 마찬가지로 별로 알려진 바 없던 지성은 잠옷 같은 라오스산 옷을 입고 동네는 물론 읍내까지 활보하며 일종의 ‘정서너’로 녹아들었다. 여자로서는 유일하게 나영석 PD 사단의 일원이 된 한류여신 최지우는 안방마님이 됐으니 말할 것도 없다.

<삼시세끼>는 뭘 해먹을까,에서 누가 나오고 무슨 일이 벌어질까,로 기대의 차원이 높아졌다. 새로운 그림이 나오는 건 응당 따라오는 효과다. 시청률은 나름 호화로운 게스트들을 우리들만의 특별한 장소로 초대해 함께 알아간다는 데서 나오는 기대효과다.

물론 게스트와의 관계가 주된 스토리로 잡히면서 소박한 라이프, 생존 키워드의 비중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전원 야외 공간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개념의 일종의 토크쇼의 가능성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질문자도, 유려한 MC도 필요 없다. 관찰하고 함께하고, 나중에 큰 스케치 하에 조립해서 담아내는 거다. 이런 변화가 시즌2에 접어든 <삼시세끼>를 사람들이 지루하게 느끼지 않고 더 열렬히 즐기게 된 큰 배경 중 하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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