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5’를 왕서방들이 좋아할 구경거리로 치부하다니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모처럼 다른 매체 기사에 대한 글이다. 이번 기사는 조선일보에 실렸는데 제목이 어마어마하다. ‘미션 임파서블'에서 짜장면 냄새가 나는 이유’.(http://durl.me/9hhbuj)

바로 얼마 전에 <버드맨>에서 김치냄새 언급이 나와서 비하 논쟁이 되었던 것을 기억하시는지? 적어도 그 영화에서는 다소 모호한 상황에 나온 캐릭터의 대사라서 정확한 의도가 분명치 않았다. 하지만 이 신문기사는 대놓고 제목에 ‘짜장냄새’라는 표현을 쓴다. 이걸 비하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읽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 따로 노는 블로그 필자가 써도 문제가 되는 표현인데 심지어 메이저 신문의 데스크를 통과했다.

웃기는 것은 '짜장냄새'가 비하이긴 한데, 겨냥이 엉뚱한 데를 겨누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 짜장면은 인천에서 만들어진 한국음식이다. 한류 드라마에 익숙한 아시아 사람들에게 짜장면이 어디 음식이냐고 물어보라. 다 한국음식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니 이건 ‘김치냄새’와 거의 동의어로 쓰인 것이다.

자기네들도 민망했는지 이 글의 제목은 얼마 후에 ‘짜장냄새’에서 ‘왕서방 파워’로 바꾸었다. 그냥 ‘중국 파워’나 ‘차이나 파워’로 바꾸면 되었을 텐데 죽어도 비하적인 아저씨 농담은 버리고 싶지 않았나 보다. 물론 본문엔 여전히 ‘짜장면’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건 비하적 표현이 아니라 내용이다.

기본적인 것은 맞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의 공동제작자 알리바바 픽쳐스는 마윈이 세운 중국회사이고 이 영화의 내용의 여러 부분은 그 결과물이다. 하지만 기사가 예로 든 것들은 하나도 맞는 게 없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단검을 들고 싸우는 게 과연 중국인들만인가? 단검은 지구 어디에나 있는 무기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우리가 동양문화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부분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린 영화에 긴 머리 여자 귀신들이 나오면 대부분 동양문화의 영화를 받았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런 귀신들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 있다. 심지어 7,80년대 한국 긴 머리 귀신들은 70년대 영국영화의 영향을 엄청나게 많이 받았다. 대충 우리에게 친숙해 보인다고 다 동양적인 것은 아니다.



죽었거나 행방불명이 된 비밀요원들 중 중국인이 있다? 그게 그렇게 이상한가? 지금 중국인구는 13억이 넘는다. 중국국적이 아닌 중국계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동양인까지 다 포함하면 엄청나게 많고. 만날 할리우드 영화만 보면 유럽계 사람들이 인류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소수인종이라는 착각이 들지도 모르겠는데, 동양인이나 중국인은 결코 소수자가 아니다. 마원이 투자했건 투자하지 않았건 그런 리스트에 중국인이 섞여 있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며 심지어 중국 관객들도 관심이 없다. 세계 곳곳에서 비밀요원을 스카우트한다면 당연히 중국요원들도 데려와야지. 중국만 방치해둘 건가?

CIA 거짓말 탐지기 분석가로 중국인 여성이 나온다. 이 부분에서 기사는 정보를 완전히 거꾸로 읽었다. 이 장면이 중국 관객들을 위한 것임은 맞다. 하지만 그 분석가 로렌을 연기한 배우는 제2의 장쯔이로 불리는 장정초다. 그냥 이름 없이 ‘중국인 여성’이라고 언급할 급이 아닌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보통 때 같으면 조역 정도는 챙겼을 1급 중국 스타가 카메오로 머물렀다는 것이다.

기사에서 지적했듯, 중국이 투자한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은 중국 관객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굉장히 많은 중국색을 넣었다. 중국인 배우가 등장하기도 했고 중국으로 무대를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 상당수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았다. <트랜스포머 4>의 중국 무대와 중국인 캐스팅은 모두 너무 억지라서 짜증이 날 정도였고 <아이언맨 3>의 중국판은 억지로 끼워넣은 중국 장면 때문에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이번 <미션 임파서블> 영화에는 그런 억지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인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굳이 질을 희생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투란도트> 장면을 보자. 물론 중국배경의 오페라다. 투자자의 요구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오페라 장면이 내용과 맞지 않아 튀는 부분이 단 하나라도 있던가? 이 영화에서 <투란도트>는 중국 배경보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테너 아리아를 갖고 있는 작품이며 이 아리아의 하이 C 파트가 히치콕의 <나는 비밀을 안다>의 테마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언급된 글은 버라이어티를 인용하며 중국의 투자를 받는 영화들은 (1) 번역이 쉬운 대사와 (2) 웅장한 볼거리 (3) 당국의 검열에 걸리지 않는 스토리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투란도트> 장면은 이 인용을 통해 ‘왕서방들이 좋아할 짜장냄새 나는 단순한 구경거리’로 치부할 만큼 단순하지 않다. 물론 중국색이 있다. 대사도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안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들어있는지 보라. 카를로 고치를 거친 이탈리아 연극의 전통, 푸치니에서 절정을 맺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 버스터 키튼의 슬랩스틱 액션의 전통(정 그러고 싶으면 성룡식이라고 써도 좋다), 오리지널 <미션 임파서블>에서 시작된 테크노 첩보 스릴러의 전통, 알프레드 히치콕의 <나는 비밀을 안다>의 오마주. 이들은 그냥 섞여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와 대화를 주고받고 윙크를 던지고 규칙을 바꾸고 인용을 숨긴다.

중국 투자를 받은 단순한 액션물에 대한 냉소는 그만 둘 때가 되었다. <버라이어티>의 분석도 너무 믿지 않는 게 좋겠다. 과도기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고 중국은 지금 보나 훨씬 세련된 접근법을 찾아낼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은 그들이 그 길을 생각보다 빨리 찾아냈다는 증거로 보고 연구해야 마땅하다.

제발 우리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은 우리의 입장을 양쪽에서 보여준다. 우린 간신히 입지를 다진 문화적 기반을 넓이는 중이 아닌가? 우리에게 중국 시장이 아무 의미가 없나? 가장 세련된 사례를 보고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시간에 ‘왕서방’, ‘짜장냄새’ 같은 이야기나 하면서 키득거리며 잡지나 뒤적거릴 건가?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스틸컷]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