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4’, 다음 편이 기대되지 않는 히어로물이라니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영화 <판타스틱4>는 그 제목 안에 이 슈퍼히어로물의 매력이 다 설명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각기 저마다의 능력을 가진 네 명의 슈퍼히어로. 그들이 각각 있을 때는 그만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함께 뭉쳤을 때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적수를 물리친다는 이야기.

슈퍼히어로물의 단순한 구도지만, 그래도 어쨌든 이 평이한 스토리에 대중들은 오래도록 열광해왔다. 그러니 네 명의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잘 살려내고 평이한 스토리에 과정의 묘를 넣어 다채로움을 주며 화려한 CG로 볼거리를 마련한다면 <판타스틱4>의 흥행은 사실 떼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을 보면 이러한 흥행요소들 중 그 어느 것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즉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는 캐릭터들이 너무 긴 시간을 들여 그 탄생과정을 설명하느라 지루해져버렸다는 점이다. 공간이동장치를 통해 무한에너지원이 있는 행성으로 이동하게 되고 거기서 사고를 당하면서 몸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거나, 돌처럼 단단해지고, 온몸이 활화산처럼 불이 붙거나 투명해지는 신체의 이상을 겪게 된다는 것은 사실 압축시켜버리면 단 몇 분이면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 과정에 거의 3분의 2의 시간을 할애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무한에어지원이 있는 행성이라는 공간은 너무나 만화적이다. 그래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관객들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만화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만화적인 액션에 무슨 현실감이 있을 수 있겠는가.

<판타스틱4>가 처음 영화화되어 화제가 됐던 것은 도심이라는 현실적 공간에서 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네 슈퍼히어로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그 장면들을 스펙터클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부트된 <판타스틱4>는 그 적과의 대결공간이 현실공간이 아니라 만화 같은 행성이라는 점에서 그러한 실감나는 스펙터클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



이것은 리부트에 방점이 찍히면서 그 탄생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 생겨난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매력을 잃게 되면서 그 탄생과정이 별 흥미를 주지 못하게 된 건 이 리부트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문제다. 적어도 영화가 끝나면 이 슈퍼히어로물의 다음 기획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하지만 영화는 그런 기대감조차 만들어내지 못한다.

가장 황당한 것은 악당 닥터 둠이 후반부에 겨우 등장했다가 판타스틱4에 의해 제거되는 과정이 너무 순식간에 끝나버린다는 점이다. 슈퍼히어로물이란 결국 주인공만이 아닌 악당의 힘에 의해서도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닥터 둠은 마치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존재처럼 등장하지만 너무나 쉽게 제압당하고는 사라져버린다.

새로운 슈퍼히어로물을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러려면 새로운 철학적 성찰이나 관점이 들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 슈퍼히어로물에서는 그 어떤 철학적인 성찰 같은 것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행성에서의 사고로 겪게 되는 몸의 변화를 ‘비정상’의 관점으로 받아들이며 불행해하던 존재들이 서로 합쳐 어떤 큰 일을 해결하면서 그것을 ‘새로운 능력’으로 인식하는 과정에 좀 더 천착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영화 <판타스틱4>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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