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 황재근·김진경 콤비 하차를 반대하는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어느새 MBC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이 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대중들은 두 가지 욕망을 충족시킨다. 훔쳐보고 싶은 욕망과 소통하고 싶은 욕망 두 가지다.

<마리텔>은 흥미로운 인물의 방을 엿보는 구도로 짜여 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 방을 단순히 훔쳐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 방송에 직접 채팅창으로 참여해 어느새 그 방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한다. 그리고 다음TV팟을 통해 이뤄진 이 실시간방송은 다시 제작진의 편집을 통해 예능프로그램으로 완성된다. 출연자-네티즌-제작진의 삼각구도로 완성된 방송이 바로 우리가 텔레비전으로 보는 <마리텔>인 셈이다.

그렇기에 <마리텔> 출연자에게 제일 필요한 자질은 네티즌들을 잡아둘 수 있는 흥미로운 소스의 제공과 소통의 능력이다. 그간 마리텔에 단발성으로 출연해 실패한 몇몇 출연자들은 이 부분에서 감을 잃은 경우가 적잖았다. 소스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아니면 왁자지껄한 네티즌과의 소통을 버거워했다.

마술사 이은결이나 백주부 백종원은 양쪽 분야에서 탁월한 솜씨를 보여준 인물들이다. 마술과 요리라는 그들의 소스는 언제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좋은 소재다. 물론 두 사람이 네티즌들과 소통하는 방식은 다르다. 한쪽은 정신 사나운 네티즌들을 정신 사납게 홀리고 한 쪽은 프라이팬에 쪽마늘 볶듯 여유롭게 네티즌들과 논다.

천상계 백종원의 잠정적 하차 이후 현재 <마리텔>은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김영만 아저씨의 종이접기 추억은 예상대로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코딱지들이 너무 커져서 콧구멍에서 독립할 정도의 어른이 되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김구라의 방은 언제나 복불복이다. 김구라가 소통을 잘하기보다 그때그때의 주제에 따라 흥미가 갈리는 방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백주부의 주방에 입주해 복면가왕 가면으로 방을 장식한 인물이 바로 디자이너 황재근이다.

사실 그가 <마리텔>에 입성했을 때 <복면가왕>의 가면 디자이너 황재근의 인지도는 바닥이었다. 하지만 온스타일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호청자였던 이들이라면 황재근을 잊지 못할 터였다. 그의 눈에 띄는 패션스타일이나 외모, 거기에 까르르한 독특한 웃음소리까지 잊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으니까. 대개의 미션에서 그는 눈치 보지 않고 뚝딱뚝딱 옷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였다.



가끔은 너무 아이디어가 넘쳐서 옷을 잡아먹는다 싶을 만큼. 결국 시즌3에서 탈락한 그는 모든 시즌의 인상적인 디자이너들이 총출연한 <프로젝트런웨이 코리아 올스타>에 재출연해 우승을 거머쥔다. 그리고 황재근이 우승을 거머쥔 피날레쇼의 주제는 바로 아홉 명의 신데렐라와 한 명의 왕자님이다. 마지막 피날레에서는 왕자님의 모자 안에서 신데렐라를 위한 구두가 나온다.

이처럼 황재근이 손재주와 쇼맨십이 넘치는 디자이너라는 건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과연 살바도르 달리 풍의 콧수염을 기르고 나타난 그가 <마리텔>에 어울릴지는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인간인가 오디오인가? 황재근의 웃음소리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유쾌한 주파수는 아무래도 사람들을 잡아끄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심지어 뜨거운 글루건에 손을 델 때마다 높게 울려 퍼지는 소프라노의 비명마저.

하여간 무언가 비호감으로 느껴질 법한 다양한 요소들을 지닌 이 남자는 그의 방에서만은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인물로 되살아난다. 현실세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동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마치 그의 손끝에서 평범한 낡은 옷이 또 다른 새로운 옷들로 재탄생하는 순간을 엿보는 재미처럼.



더구나 캐릭터 자체는 어딘가 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일 법하나 의외로 황재근은 소통에 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속속들이 올라오는 네티즌들의 글 하나하나에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친절한 재근씨의 말투로 답변한다. 그 대답에 소박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건 겉보기와 다른 그의 반전매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쩌면 황재근은 <마리텔>에 최적화된 인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거기에 더해 게스트로 나왔다 어시스트 역할을 맡은 고교생 슈퍼모델 김진경이나 기미상궁에서 황재근의 패션모델로 전향한 기미작가와의 호흡도 착착 들어맞는다.

안타깝게도 최근 <마리텔> 생방에서 황재근과 김진경은 씨엘 논란에 휩싸였다. 채팅창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김진경이 씨엘 닮았다는 댓글을 황재근이 전달한 것. 이에 게스트로 출연한 김진경이 찡그린 얼굴로 손에 쥔 가위를 툭 던지듯 내려놓았다. 김진경은 실수를 자각하고 곧바로 사과했고 이 해프닝은 생방에서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지만 웹상에서 이 장면만 재생산 되면서 씨엘 팬들의 악플과 황재근 김진경 측의 사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일이 이렇게 커질 만한 사건이었는지는 좀 의문스럽다. 네티즌-출연자로 이루어진 <마리텔> 실시간방송에 제작진이 아닌 팬덤과 언론이 덧붙으면서 엉뚱하게 부풀어 오른 감이 크다. 정작 <투애니원TV> 등을 통해 평소 자존감 강하고 쿨한 면모를 드러낸 씨엘은 이 해프닝을 그리 대단찮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모쪼록 이 작은 실수로 황재근과 김진경 콤비가 <마리텔>에서 하차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신선한 얼굴의 두 주인공이 함께하는 흥미로운 방송이 금방 막을 내리는 건 아쉽기 때문이다. 더구나 <복면가왕>의 무대 뒤에 숨어 가면을 만들던 디자이너 황재근은 글루건을 든 <마리텔>의 신데렐라맨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엿보이는 인물인데 말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MBC, 온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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