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이’ 여군, 질렸다고 생각했는데 왜 또 궁금할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예능 <일밤-진짜 사나이>는 군입대한 ‘코리안 좀비’ 정찬성을 떠오르게 한다. 힘이 조금 빠졌다는 소리가 나올 때쯤 새로운 에너지로 다시 일어서고, 식상하니 이제는 단물이 다 빠졌다고 말할 때쯤 달콤한 즙이 꽉 찬 열대과일이 되어 돌아온다. <진짜 사나이>가 죽지 않고 돌아오는 역전의 용사가 된 원천은 반복되는 군대 체험을 새롭게 만드는 캐스팅이다. 서방권 최대 규모의 군 병력을 자랑하는 육군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다지만 벌써 실제 군 복무기간보다 더 긴 3년째 방송하면서 군대라는 조직 문화 체험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거의 다 했다. 화생방 훈련도 볼 만큼 봤다.

이런 상황에서 캐스팅은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 변화의 출발이자 모든 것이다. 원년 멤버가 바뀌면서 시들해지는 일반적인 관찰형 예능과 달리 <진짜 사나이>는 적절한 캐스팅과 그 연장선상에서 출발한 여군특집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따라서 <진짜 사나이>를 평가하는 데 있어 어떤 비판 이전에 인정해야 할 것은 제작진의 캐스팅 능력이다. 장기자랑만 준비하는 24시간 행복한 군대만 보여주던 <진짜 사나이>가 시즌2에서 되살아난 이유도 새로운 인물들이 갖고 들어온 활력 때문이었다.

웃음을 책임지는 역할에 김영철을 투입한 도박 같은 캐스팅을 하는 한편 그 당시 예능 대세였던 샘킴, 이규한을 붙잡고, 고문관 타입의 슬리피와 군대문화의 부적응을 극대화할 줄리엔 강, 샘 오취리 등의 외국인 출연자를 배치했다. 그리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정겨운과 아이돌 출연자와 큰 형 역할의 임원희 등 각자 영역과 역할이 확실히 나뉘는 캐릭터들와 원석을 적절히 분배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마찬가지로 이 캐스팅 공식은 동기가 부쩍 늘어난 이번 여군특집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늘 사람들의 대접 속에 살던 여자 연예인들이 군대에서 고생하고 당황하면서 예쁜 얼굴 뒤에 숨은 다른 매력을 만난다는 것은 지난 두 번의 여군특집을 통해 익히 경험한 바다. 한마디로 새롭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여군특집이 큰 기대를 모으며 대박을 친 힘은 순전히 잘 안배된 캐스팅 덕분이다.

우선 지난 1,2기보다 문제 병사들의 출력이 높다. 오랜만에 예능에 돌아온 만만치 않은 내공의 김현숙과 예능 대세로 발돋움한 자유로운 소울을 가진 제시와 대세와 상관없이 언제나 폭탄이었던 일본인 사유리가 문제병사 역할을 맡을 기대주다. 그리고 그들을 잘 융화하게 만들 언니그룹과 미모를 담당하며 망가질 준비가 된 그룹도 탄탄하다.



김현숙은 김영철의 역할을 첫 회부터 완벽하게 수행했다. 문진표 작성부터 시작해 자신 몸무게에 의혹을 갖고 스스로 진실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나 체력 검정 시 몸개그 등 시시때때로 웃음경보를 발령했다. 미국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한국 문화와 언어구사에 어려움을 겪는 제시는 첫 회부터 관등성명에서 어려움을 겪고, 지적받을 때 웃고, 슬리퍼 신고 침상에 올라가고 내무반에서 다리를 꼬고 교관을 맞이하는 등 군필자들에겐 놀라움에 가까운 황당함을, 예능으로 볼 땐 갈등 요소가 다분한 상황을 만들었다. 어이없어서 웃게 만들지만 그런 만큼 진국의 성장스토리를 기대하게 한다. 성형수술 사실을 고백해 동기들이 웃음을 참는 고통에 빠트리는 청정 매력의 사유리는 늘 언제나 어디서나 그냥 폭탄이다.

가장 드라마틱한 성격을 강조하는 신소율은 몸이 안 따라주는 관계로 문제병사 그룹과 한그루, 한채아 등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게 만드는 미녀 그룹을 오갈 것으로 보이고 전미라, 유선, 박규리가 여자로서 엄마로서 살아온 경험이 녹아든 감동과 리더십을 보여줄 큰언니 역할을 그리고 최유진에게는 혜리와 같은 막내 역할이 주어졌다.



이런 전략화 된 캐스팅은 자칫 지겨워할 법도 한데 오히려 기대를 갖도록 만들었다. 거기다 이번 여군특집은 2번의 레퍼런스와 SSU에서 시도했던 ‘중도탈락’ 제도의 성공사례를 접목해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살리는 캐릭터를 강조하는 동시에 ‘컴페티션’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떨어지는 ‘리얼 서바이벌’ 임을 강조하는 구성을 갖췄다. 두 번의 레퍼런스를 통해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가 있으니 설정이 없을 수 없으나 워낙에 많은 등장인물을 등장하게 하고 짧은 시간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데 제작진의 능력이 엿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애정을 쏟은 멤버 중 누군가는 실제로 탈락할 수 있다는 게 포인트다.

세 번째 여군특집은 시작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며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던 <진짜 사나이2>의 숨통을 다시 틔어줬다. 첫 회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붙잡는 데 성공하면서 당분간 일요일 저녁을 기다리게 만들 이벤트가 됐다. 그건 누군가에겐 제시나 사유리 때문이고 누군가에겐 김현숙이나 전미라 때문이며 또 누군가에겐 신소율이나 한채아 때문이다. 이제는 질렸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새로운 출연자들을 만나니 그들이 어떻게 군대에 적응할지 궁금해진다. 이런 곱디곱거나 군대와 잘 어울리지 않은 출연진들이 어떻게 군대에서 헤쳐 나갈지가 여전히, 아직도 궁금하게 만든다는 게 바로 <진짜 사나이>의 진짜 원천인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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