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김준현, ‘3대 천왕’ 단점도 식욕으로 덮어버린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백종원은 사업도, 방송도 영리하게 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김구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런 ‘방송쟁이’가 또 없다. 그간 <한식대첩> 등의 전문적인 프로그램에서 저변을 깔아놓고 <마리텔>로 확 치고 올라서자마자 <집밥 백선생>을 시작해서 유통업계를 긴장케 하는 존재가 됐다. 보통 물이 들어올 때 신나게 노를 젓다보면, 물이 나가는 걸 눈치 채지 못할 때가 많은 데 백종원은 한순간의 돌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스스로 브레이크를 적당히 걸어가며 자신의 매력을 지켜가고 있다.

잠시 쉬어가는 듯한 그가 SBS에서 새롭게 시작한 <백종원의 3대 천왕>은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친서민적 정서와 요리, 방대한 학습과 발품으로 습득한 해박한 지식, 먹방으로 상징되는 넉넉한 인간성까지 백종원이 지금껏 성공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다 가져다 놓은 종합시장 같은 쇼다. 백종원이 직접 다니면서 맛보고 선정한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숨어 있는 동종메뉴 대박 맛집 톱3을 스튜디오로 모셔와 직접 조리하는 모습을 보고 비교시식하며 평가한다. 순위를 매긴다기보다 셰프 대신 동네(지역)의 뚝심 있는 맛집(자영업자)을 띄워보겠다는 나름 공익적인 목적도 엿보인다.

쉽게 보자면 <백종원의 3대 천왕>은 오늘날 인기 있는 맛집 소개 프로그램과 쿡방과 먹방이 한 자리에 결합된 형태의 쇼다. 여기에 그동안 보여준 백종원이라는 만능 양념이 더해졌다. 서민들(우리들)이 접근 가능한 맛집에 직접 찾아가서 먹어보는 것은 오후 6시대 정보 프로그램에 나오는 맛집 소개와 다르지 않지만 손님의 리액션 대신 백종원이란 공신력 있는 인물이 보증한다.

스튜디오에서 고수들이 자부심을 걸고 요리경연을 펼치고 이를 중계하는 것은 <냉장고를 부탁해>를, 요리를 지켜보며 해설을 곁들이는 것은 백종원을 잉태한 <한식대첩>를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수요미식회>의 유일하게 부족했던 부분인 음식 자체에 대한 조명과 먹방을 현지 촬영과 스튜디오로 불러들여 조리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백종원의 먹방은 또 어떠한가 EBS <세계견문록 아틀라스>에서 중국 청도 음식을 싹쓸이하던 그때의 그 모습이다.



백종원을 따라 다니다보면 입맛을 다시면서 맛집을 하나 더 알게 되는 것 외에 음식을 더욱 잘 즐길 수 있는 지식과 먹는 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연탄불로 고기를 구울 때 가장 맛있는 이유, 직화에는 간장 소스가 어울리는 이유 등 요리법에 대한 설명과 맛집의 비법을 조리과정 내에서 찾아내는 탁월한 능력으로 시청자들을 잡아끈다. 실제로 요리를 하거나 외식을 할 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팁이다. 시청자들에겐 해당 메뉴에 대한 관심을 촉진시키고 자영업자들에겐 성공한 집의 노하우를 지켜보며 자극과 도움을 받게 한다.

하지만 대박 맛집은 메뉴를 늘어놓는 법이 없다. 메뉴 가짓수가 많은 식당은 아무래도 다양한 것을 하다 보니 집중하기 힘든 까닭이다. 그래서 백종원의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쇼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한 자리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는 만큼 스튜디오에서 백종원은 뒤로 물러나 있다. 시청자들에게 직접 조리법을 알려주는 <집밥 백선생>이나 <마리텔>만큼 백종원의 매력이 화끈하게 드러나진 않는다.

그 대신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최근 가장 기대되는 예능 MC이자 백종원과 영혼의 투톱이 될 가능성이 풍족한 김준현이다. 지금껏 <개그콘서트> 이외에 활동했던 <인간의 조건1>, KBS다운 퀴즈요리 프로그램 <밥상의 신>, 많이 먹어본 자들의 더 잘먹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폭풍 먹방 <맛있는 녀석들>, 최근의 일반인들의 현실감 넘치는 요리비법이 펼쳐질 대국민 참여 레시피 프로그램 <비법>까지 요리 관련 먹방 프로그램에 등장한 김준현은 늘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푸드파이터가 아니라 미식을 하는 대식가의 면모.



김준현은 딱 봐도 ‘아는 남자’다. 한 입 떠는 거 보면 아, 먹어본 사람이다. 그냥 뚱뚱한 게 아니라, 맛있게 먹어보기 위해 집중과 노력을 펼친 미식가다. 뇌가 조종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 위인 것도 탄복할 만하지만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미식가 겸 대식가다. 전복을 손질하고 생선 바르는 솜씨, 고기를 굽는 철학에서 설핏 드러나듯이 잘 먹기 위해 요리사들에게 배운 기술과 정보가 풍부하다.

거기에 많이 먹어본 경험이 합쳐져 기존 음식을 해체해서 더 맛있게 먹는 법에 대해선 도가 텄다. 요리를 잘하는 거랑은 상관없이 순전히 맛있게 잘 먹을 줄 아는 거다. 그런 먹방계의 신성과 쿡방계의 슈퍼스타가 함께하니 하고픈 게 많은 쇼의 어색함이 어느 정도 무마된다. 백종원과 김준현의 콤비 먹방은 프로그램의 단점을 느낄 틈도 없이 식욕으로 덮어버린다.

방송에서 신선함이란 기존의 것을 발전시키고 새롭게 접목하는 아이디어에서 나온다. 이 쇼는 마치 정반합이 그러하듯 여러 가지를 결부하고 결합해서 나아가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고 백종원의 정체성만큼이나 메시지 또한 확실하다. 그럼에도 <백종원의 3대 천왕>이 그의 필모그라피 중 하나가 아니라 대표작이 되려면, 기존에 성공한 공식을 모아놓은 것 이상의 다른 새로운 모습이 보여야 할 필요 또한 분명히 존재하는 숙제다. 만약 그 방향이 김준현과 함께 요리하는 대식가와 많이 먹어본 대식가의 먹방으로 나아가는 거라면? 아무래도 폭발력이 가장 큰 가능성이 아닐까 싶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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