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 ‘삼시세끼’ 종영했다고 방심한 것인가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삼시세끼>가 끝난 효과일까. <정글의 법칙 in 니카라과(이하 정글의 법칙)>의 시청률은 13.1%(닐슨 코리아)로 동시간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주 11.5%에서 2% 정도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좋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정글의 법칙>에 대한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여전히 반복되는 사냥과 먹방 그리고 미션이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이번 니카라과로 간 <정글의 법칙>의 핵심 스토리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즉 출연자들을 모두 스포츠인으로 꾸려 정글에서도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전 농구선수 현주엽, 현 이종격투기 선수 김동현, 과거에 축구선수였던 조한선, 철인3종경기를 했다는 EXID 하니, 펜싱 선수였던 갓세븐의 잭슨 그리고 갖가지 스포츠가 취미라는 최우식이 이 함께 한 이번 <정글의 법칙>에서는 그래서 첫 날부터 수영에 트래킹, 다이빙을 소화했고 다음 날에는 절벽 클라이밍을 선보였다.

정글에서 스포츠를 즐긴다는 콘셉트가 나쁜 건 아니다. 이건 현재 해외의 리얼리티쇼들이 ‘익스트림 스포츠’에 푹 빠져 있는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은 콘셉트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정서와 잘 맞는지, 또 그러려면 거기에 적합한 스토리텔링을 해야 했던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아쉽게도 이런 스토리텔링이 빠져버린 <정글의 법칙>은 앙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사냥과 먹방의 반복에 불과한 듯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갑자기 출몰한 이구아나를 포획하고 묶어두었다가 껍질을 벗겨 튀겨먹는 건 보기에 따라 불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물론 정글이라는 상황에서의 생존을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지에서는 실제로 이구아나를 잡아먹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우리네 시청자들에게는 어딘지 잔인한 인상을 남긴다. 실제로 이 장면이 보기 불편했다는 시청자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런 느낌을 주게 된 것은 이구아나를 잡아먹었다는 사실 때문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거기에 합당한 근거와 명분을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제시하고 있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 속에 문제의 핵심이 담겨있다. 정글에서 이들의 모습은 생존한다기보다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즉 왜 사람들이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고 거기에 열광하는가에 대한 근거와 명분이 별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정글에서 굳이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는 것이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것이 되고 만다. 이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우리네 정서에서 정글에서 추구하는 재미는 명분이 없으면 자칫 자연을 훼손하는 듯한 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게다가 그 익스트림 스포츠가 마치 교관들을 한 명씩 내세워 하는 여행상품 같은 느낌을 주는 건 그들이 정글에 가게 된 이유를 너무 얄팍하게 만든다.

즐기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정글에서 즐긴다면 그 이유와 명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단지 재미를 위한 것만이 아닌 도전의 의미나 생존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해야 생존의 차원을 넘어설 수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가 가진 보다 깊은 의미를 전해주지 못한다면 정글에서 스포츠하고 먹고 즐기는 모습이 자칫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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